Céu 세우 [Vagarosa]
음악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 Céu 세우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머리를 때리는 충격들이 기억난다. 한 번씩 고여 있는 마음을 흔들어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그녀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첫째, 역사에 무지하고 세계사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음악을 통해 그나마 간접적으로 과거의 이야기들을 알아가는 듯하다. 그때까지 나는 중남미란 그냥 퉁쳐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대륙, 스페인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들, 못 사는 나라들 이렇게 한 덩어리로만 인지하고 있었다. 앨범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언가 감미로운 듯하면서도 외국어 특유의 신비로움을 함께 전해 주었는데, 스페인어와는 어감이 다르다는 느낌 또한 함께 했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찾아본 정보를 통해 나는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쓴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던 것이다, 헉!. 그리고 브라질이 인구가 2억이 넘고, 26개의 주로 나뉜 연방제 공화국이란 것도 처음 인지하였다. 이후 과거 제국주의 시대로까지 실마리를 이어갔음은 물론이다. 꽤나 부끄럽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이런 무지란 외국의 누군가가 한국, 일본, 중국을 싸잡아서 하나의 아시아인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계기로 이렇게 새로운 관심을 환기해 보는 것은 그래서 내게 소중하다.
둘째, 음악적으로도 브라질이란 삼바, 보사노바의 나라 딱 그 정도로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영미권을 중심에 두고 변방의 음악으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음악이 머리를 강타했을 때 급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풍부하고 세련된 소리, 새로움을 리드해 나가는 현주소에 말이다. 브라질 음악 씬은 내가 몰랐을 뿐이지 그 속에도 대단한 에너지들이 흘러넘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열정’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나라에서 2억이 넘는 인구가 춤추고 노래하고 일상을 사랑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어떻게 그 씬을 작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셋째, 앨범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을 알게 모르게 폄하하고 있었다. 물론 앨범에서 뮤지션의 역할은 독보적이다. 그에 더해 캐미가 맞는 좋은 프로듀서가 뮤지션과 만났을 때 그 시너지가 곱절로 뛴다는 것을 앨범의 컨셉, 완성도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프로듀서가 바뀔 때 앨범의 색상이 함께 바뀔 수 있다는 것 또한 모르던 바가 아니었더라도 다시 한번 절감한 계기이기도 했다. 너무 내 안에 침잠해 있는 경향이 있는 나는 이런 경우를 만날 때마다 협업을 통한 에너지를 매번 실감하고 돌아보게 된다. 혼자의 한계보다는 함께 할 때 더 멋진 일이 생겨날 수 있음을.
Céu란 ‘하늘’이라고 한다. 하늘은 허공으로 볼 수도 있다. 좀 더 넓혀 보자면 우주라는 공간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젊은 그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음악 씬에 뛰어들었을까 상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첫 만남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는데 앞서 얘기한 고정관념들을 여지없이 깨뜨린 기운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라틴음악이란 선입견, 브라질 여가수의 부드러운 보사노바겠지라는 편견, 젊은이가 실력이 뛰어나 봐야…. 같은 것들 말이다. 앨범들은 브라질 음악의 유산을 고스란히 잘 활용하고 있다. 삼바, 보사노바, 레게, 재즈 등 하나로 정하지 않은 여러 테마들이 곡을 받쳐준다. 이들 장르에 큰 역할을 하는 다양한 퍼커션들은 사운드를 조밀하게 하는 데 일조한다. 그윽하고도 우아하게 들리는 외국어로 그녀가 읊조리면 방안의 불이 서서히 밝아온다. 그리고 여기에 문득 일렉트로닉이란 시료가 한 스푼 얹어질 때 바깥세상으로 아른거리는 불빛의 색깔이 일거에 변모하기 시작한다. 그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음악이다. 이 풋풋한 새로움은 꽤나 강렬하여 다른 앨범들을 하나씩 찾아보게 하는 여정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사운드를 함께 매만진 조력자의 역할 또한 적지 않음에 브라질 음악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브라질이란 나라 자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음은 또 다른 덤이다.
그간 많은 앨범들을 발매해 왔으며, 먼저 들을 앨범을 꼽아보자면 3장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Veto Villares 베토 빌라리스가 프로듀서로써 사운드에 공을 들인 2005년 데뷔앨범 [Ceu] 와 2009년 2집 [Vagarosa]는 그야말로 그녀를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출사표 같은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1집이 좀 더 푸릇푸릇하다면, 2집은 좀 더 다크 하게 들어가기도 해서 차이점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데뷔 당시 그녀가 스타벅스의 눈에 뜨였다는 것은 음악이 당시 얼마나 신선함을 가져왔는지를 반증한다. 이후 Pupillo 푸필로와 General Elektriks 제네럴 일렉트릭스의 프로듀싱으로 발매한 2016년 4집 [Tropix]은 프로듀서가 바뀔 때 앨범 색깔이 어떻게 바뀌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되어 주었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더욱 풍부해진 사운드는 선물 같은 느낌과 더불어 성숙해진 표현을 느끼게 해 준다.
브라질 음악에 바탕한 다양한 리듬이 끊임없이 변주가 되니 산만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그녀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키를 잡고 있으며 연주되는 악기들이 여러 겹으로 섬세하게 뇌를 자극한다. 이럴 때는 과잉이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역시 한곡을 선곡했을 때 그 곡이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은 예상할 만하다. 부드럽게 다가와 깨물어 주는 1집의 <10 Contados>나 https://youtu.be/6_aXviTlTUA 4집의 <Varanda Suspensa> 같은 곡을 선곡해서 편안하게 다가가도 좋을 것이다. https://youtu.be/i0Whkf-X91U
하지만 내가 첫 번째로 접했던 그녀의 생경한 만남을 우선 이야기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다. 첫 데이트에서 느꼈던 그런 짜릿함 말이다. 기억 나지 않는가? 결국 앉아 차도 마시고, 걷고,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가는 첫 시작점을.
Céu 2009년 [Vagarosa] <Nasce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