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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Apr 17. 2023

류광호 <코로나시대의 사랑>(2022.9.1.초판)

꼭 읽어보고 싶었던 류광호 작가의 <코로나시대의 사랑>


월요일이다. 식사초대가 있었다. 월요일은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인데, 그것도 약속인데 나가는 것을 망설이다가 초대를 부드럽게 거절했다. 아내와 점심을 먹고 면소재지 동네에 있는 방촌727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우리 집와 이 동네의 도로명이 '방촌로'이다. 방촌는 황희 정승의 호이다. 그의 고향인 파주 우리 동네 근처에 황희 정승의 묘가 있다.


커피는 신맛이 나고 밋밋하지 않고 신선했다. 알랭 바디우의 <세기>라는 책과 류광호 작가의 <코로나시대의 사랑>을 가지고 았다. "20세기란 무엇인가?"라는 내용을 다룬 프랑스의 반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세기> 5장을 읽었다. 드디어 류광호 작가의 <코로나시대의 사랑>을 손에 잡았다. 이전에 그의 작품은 이 시대의 청년, 다문화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시켜주었다. 다소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완전 몰입을 경험했다.


대중 목욕탕에까지 가서 읽었다. 열탕, 온탕, 냉탕, 심지어 사우나실까지 책을 들고 들어가서 읽었다. 류광호 작가의 <코로나시대의 사랑>을.


대중목욕탕에 처음에는 나 외에 한 사람이 있었고, 시간이 좀 지나서 때미는 사람 한 사람이 한 쪽 구석에 있었다. 냉탕의 폭포수가 내리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었다. 냉탕 폭포수 소리가 나의 몰입을 촉진시켜주었다. 화이트노이스(white noise, 백색소음)이라고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평온하게 책읽기에 몰입하게 해주었다. 몰입. 몰입할 때 어떤 호르몬의 변화가 있을까? 류광호의 <코로나시대의 사랑>은 이렇게 몰입을 선물로 선사해주었다.



<코로나시대의 사랑>, 먼 훗날 코로나시대상을 보여줄 고전이 되리라.


30대 청년 주인공 준우는 회사를 그만두고 독서모임에 신청했다. 이유는 여자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명 내외의 모임인데, 여자가 더 많다. 독서모임을 주도하는 작가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코로나에 대한 많은 뉴스와 보도를 보았지만, 30대 미혼의 백수 청년이 바라보고 경험한 코로나의 풍경을 보는 것이 신기했다. 이후에 코로나의 시대상을 볼 수 있는 고전으로 남을 것 같았다.


준우는 두 여성에게 마음이 있었다. 서울 강남에서 있는 목요일 저녁 독서모임에 나오는 지은이와 민아이다. 지은이는 처음에 아름다움에 끌렸다. 그러나 민아는 페미니스트로 오히려 논쟁을 벌여야 했던 야무진 여성이었다. 주인공 준우는 뒤늦게 민아에게 끌려 독서모임이 다 끝난 후 데이트신청을 한다.


우리는 마실 때만 잠깐씩 마스크를 내렸을 뿐 카페에 앉아있는 내내 마스크를 쓴 채로 애기했다. 참 연애하기 힘든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류광호 <코로나시대의 사랑> 114쪽.


코로나시대에 취약한 대상 중에 청년이 있고, 그 중에도 여성이 있다. 페니미스트 민아의 주장을 들으면서 대학교 4학년이 딸아이를 생각하며 읽었다.


주인공 준우는 요즘 청년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빠져드는 주식투자를 하는데 삼성전자와 대한항공 주식을 재정의 20% 범위에서 절제있고 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아내가 미용실에 간 동안 문산에서 가장 작고 오래된 목욕탕으로 갔다. 작고 조용하고 사람이 없어서 쉬는데 좋다. 동선도 짧다. 탈의실에서 <코로나시대의 사랑>을 읽다가 목욕탕에 들어가 씻고 나왔다. 다시 책을 보다가, 또 다시 책을 가지고 열탕에, 냉탕에, 사우나실까지 가서 책을 읽었다. 해수욕장 썬배드 의자에 앉아서 계속 읽었다. '류광호 작가의 필력이 물이 오른 것인가? 아니면 너무나도 흥미로운 이 시대의 주제를 다룬 것인가?' 몰입을 경험했다.


'청년과 주거빈곤', 국가의 기본소득 제공에 대한 아버지와의 견해차, 결혼에 대하여, 종교에 대하여, 기욤 투르니에의 <어떤 여자>를 소재로 한 여성의 이슈에 대하여 독서모임에서 진행하는 소설가의 진행과 참여자들의 대화에 푹 빠져들었다.



마스크주의자!

웃음이 나오는 최지현 평론가의 표현이다. 독서모임에서 주인공이 여성의 얼굴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관심있는 여성이 마스크를 내리고 생수를 마실 때이다. 크로나시대에 맑스주의자가 아니라 마스크주의자가 탄생했다.


독서모임에서 '청년과 주거빈곤'을 다룰 때, 통계청 2018년 기준 주택보급율이 104.2%인데, 무주택자는 전체 2,034만 가구중 888만 가구였다. 43%가 무주택자라니 아이러니다. 더 놀라운 것은 10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4만2천명이다. 최고로 많이 보유한 사람은 753채, 그다음은 590채, 580채였다. 하지만 독서모임에 참석한 청년들은 월세를 내고 살고, 주인공 준우의 원룸은 수압이 약해서 수돗물도 잘 나오지 않는다.

류광호 작가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대를 고발하는 듯이 소설을 쓰는데, 이 소설은 미혼의 직장에서 갓나온 30대 주인공 준우를 통하여 코로나시대에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작가를 알아가고자 숨박꼭질 놀이를 하는 듯 몰입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청년으로 살아가는 아들과 딸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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