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렸다고 고발하고 있습니다.
키르케고르가 1847년에 출판한 《사랑의 실천》은 유럽이 정치적, 사회적 격변 속에서 새로운 혁명을 맞이하던 시기에 발표되었습니다. 1848년에《공산당 선언》이 발표되고 사회적 변혁이 일어나기 직전의 혼란한 시기에, 키르케고르는 기독교적 사랑과 그 원칙의 본질을 전하려는 의도로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참된 사회의 변혁은 공산주의 혁명이 아닌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기독교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렸다고 고발하고 있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사랑의 실천》은 절대적인 것에 절대적 관계를, 상대적인 것에 상대적 관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독교적 사랑의 변하지 않는 절대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칸트의 정언명령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칸트의 이성적이고 보편적인 도덕법칙과는 달리, 키르케고르의 사랑의 실천은 하나님의 구속에 근거한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사랑을 강조합니다. 《사랑의 실천》과 《그리스도교의 훈련》이 두 권의 저술에 대하여 “의심의 여지 없이 내가 쓴 책 가운데 가장 완벽하고 진실한 책”이라고 키르케고르는 말했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책을 한 권 추천해달라고 요청한다면 역자는 단연코 《사랑의 실천》을 일순위로 추천하겠습니다.
하나님을 잊은 사랑은 "실존 전체를 도둑질한 것"이다. (Stealing your whole existence!)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하나님을 무시하고 망각하고 기억하지 않는 그 어떤 사랑도 참 사랑이 아니며 단지 자기만족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며, 사랑의 가면을 쓴 이기심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잊은 사랑은 "실존 전체를 도둑질한 것"(Stealing your whole existence!)이라고 일갈합니다. 결국 이는 인간의 정체성을 되찾는 문제이며, 참으로 살아있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참 사랑은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무한한 겸손과 감사에서 나오는 열매입니다. 키르케고르는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빚진 상태에서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랑은 하나님께 무한히 빚을 지는 행위이며, 이는 공로주의를 배제하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이 사랑의 실천의 원동력은 바로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키르케고르의 사상을 개인주의이며 공동체성이 결여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사랑의 실천》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실수였습니다.
키르케고르를 통하여 기독교의 제자도를 배우고 실천한 본회퍼가 키르케고르를 유일하게 비판한 대목은 공동체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본 회퍼는 《신자의 공동생활》을 저술하였는데, 이는 키르케고르의 저술이 55권 정도 있는데 《사랑의 실천》을 그가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실수였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사상은 개인을 강조할 뿐 아니라 공동체성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철학자라기보다는 신학자로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하나님의 구속에 근거한 기독교적 사랑, 은혜와 겸손, 감사의 윤리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이룰 수 있습니다.
덴마크어로는 "Kjerlighedens Gjerninger," 1847년작) 영어로 Works of Love. 임춘갑은 1979년에《사랑의 역사》로 번역한 바 있습니다.
45년 전인 1979년 6월에 임춘갑 선생님이 《사랑의 역사》(Works of Love)로 번역한 책은 탁월합니다. 그의 번역이 원문에 충실하지만 키르케고르의 기독교 사상의 본질을 살리고자 기독교적이고 신학적이며 성경적인 용어로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제목을 《사랑의 실천》이라고 바꾼 것이 큰 차이입니다. 두 번역서를 비교하면서 읽어보신다면 문장의 뜻을 천천히 묵상하고 삶에 실천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키르케고르는 이 책을 읽을 '단독자'를 기다리면서 문장을 길고 난해하게 써서, 쉽게 읽혀지기보다는 숙고하며 천천히 읽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려는 의도로 책을 썼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와 달리 번역자로서 본문과 독자를 친숙하게 하려고 소제목을 달고, 간결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사랑의 실천》이라고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키르케고르가 ‘오직 믿음’을 주창한 루터가 ‘지푸라시 서신’이라고 폄하했던 야고보서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야고보서는 가르칩니다. 루터교 신자인 키르케고르는 "공로주의를 배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위를 버리는 것이다!"라고 루터주의를 비판하면서, 루터주의를 개혁하고자 이 책을 출판한 것입니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에 대한 책입니다. 예수님의 이중 계명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을 다루고 있습니다.
1부는 올 6월에 출판하고, 《사랑의 실천》2부는 10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올 12월에 출판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사랑의 실천》은 2부로 구성되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1부를 1847년 4월에 완성했고, 2부는 그 해 8월 2일에 완성했습니다. 우리 공동번역자는 1부를 6월에 출간하고, 2부를 올 12월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2부의 내용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1부가 5장으로 구성되었는데, 2부는 10장으로 구성되어 사랑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다룹니다. 사랑은 “덕을 세운다”, “모든 것을 믿는다 그러나 결코 속지 않는다”, “모든 것을 희망한다, 그러나 결코 창피를 당하지 않는다”, “자기 이익을 구하지 않는다”, “많은 죄를 덮어준다”, “영원히 존재한다”, “비록 아무것도 줄 수 없어도 긍휼이 사랑이다”, “화해적 사랑의 승리를 거둔다”, “죽은 자를 기억한다” 등의 내용을 2부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이 책이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기를 바랍니다. 키르케고르의 "사랑의 실천"은 기독교적 사랑의 본질과 그 실천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우리가 진정한 사랑의 실천을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줍니다.
2024년 6월 1일
파주 삼성교회 서재에서 역자 윤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