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기(30만원)보다 트리머(15만원)가 울타리 정리하기 좋은 점.
풀을 다스리는 게 나의 삶의 중요한 일이다. 처음에는 손으로 수시로 뽑다가 다음에는 예초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제초제를 물에 타서 분무기를 등에 메고서 손으로 펌프질을 해서 뿌렸다. 분무기는 자동이 있는데 가격을 낮추려고 수동 분무기를 사용했는데, 손으로 펌프질하기가 힘들다. 1통, 2통, 3통 분무기를 펌프질하면 거의 그로키 상태에 빠질 정도로 힘들다. 옛날에 농부들이 분무기를 펌프질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오른손으로 펌프를 누를 힘이 없을 정도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아래 그림처럼 충전되는 자동 분무기를 사용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많이 들었다.
잡초를 직접 뽑고, 예초기로 잡초를 자르고, 제초제를 뿌려도 힘들었다. 잡초와의 전쟁에서 늘 완패에 가까웠는데, 2년 전까지만 해도 아까운 판정패를 당했다. 지난 해부터는 판정승을 거두는 느낌이다. 이제 잡초가 통제하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내친김에 잡초방지부직포로 덮기로 했다. 만족스럽다. 깔끔해 보인다.
잡초를 통제하고 제압할 방법이 늘어났다. 예초기, 제초기, 부직포 덮개 등.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나의 내면을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 잡초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타인의 마음은 자유여서 내가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잡초는 내가 통제할 수 있다. 심지어 내 마음도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잡초는 내가 노력하면 통제할 수 있다. 잡초를 제어하면서,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유사해서 기분이 좋다.
잡초와의 전쟁을 치른 지 몇 해가 흘렀다. 이 잡초는 누군가 대신해주는 일이 아니다. 늘 잡초를 제어할 방법을 고민한다. 올해에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트리머이다. 충전식 트리머여서 힘은 세지 않다. 손가락만한 울타리 쥐똥나무는 자를 수가 없다. 하지만 손가락 두께 이하의 나무가지나 잡초는 손쉽게 자를 있다.
예배당 건물 앞의 두 그루의 향나무에 통풍구를 마련하고 머리를 잘라주는 데는 매우 손쉽다. 사택 뒤와 교회 앞 빈터에 1미터 이상 자라는 잡초를 자르는데도 좋다. 충천식이어서 1시간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다. 그 한도가 정해진 게 오히려 좋다. 30분 이상 작업을 하는 것은 나에게 무리다. 팔에 힘이 빠지고 후덜덜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이기 때문이다. 정신노동만 하기보다 육체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