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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ru May 03. 2024

[어린이라는 세계]

#책 발제 6.

어린이라는 세계_  김소영 작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매일매일 본인 스스로가 별로인 사람임을 깨닫는 나날' 이라고 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순간순간 마주하며,

성숙한 어른으로 아이를 대하기보다,

부족한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곤 한다.


나의 지난 11년 육아는 매우 전문적이었다.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어른들의 경험이 아닌

분야의 전문가가 지필 한 베스트셀러 육아서들을 매우 열심히 숙지해 나가며

난, 반 소아과 의사이자, 반 아동심리발달 전문가이자, 반 식품영양학자가 되어있었다.

스스로의 프로페셔널한 지식에 꽤 뿌듯했다.


하지만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의 세계'를 읽으면서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는 다른 육아서에서 알지 못했던 아이의 본질을 깨닫게 해 주었다.

어른의 시선으로 판단하고 결정된 것이 아닌,

오롯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세상을 들려주었다.

아이를 그 아이 그대로 인정하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공감하는 것에 대하여 이 책만큼 진심으로 또 구체적으로 다가왔던 적은 없었다.



 어린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

명사.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 대게 4,5, 세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이를 이른다.


아이들을 '아이'가 아닌 '어린이'로 시선을 두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

약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귀찮고 무지한 실수 덩어리로 바라보지 않았나 싶다.

'어린이'라는 하나의 인격체로 격식 있게 대하려는 진심은,

나부터, 한참 부족했음에 반성해 본다.


그런 면에서 작가는 아이를 사전적 의미의 어린이 그대로 대하려는 모습이 책 곳곳에 묻어났다.

 [어린이의 품위] 편에서 ,
_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중략)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선배님 말씀] 편에서 ,
작가가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면서,
동네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 선배님이 되어 아주 똑 부러진 선배님의 권위를 행세한다.
아이들의 그런 태도를 매우 어린이스럽게
또 매우 어른스럽게, 동등한 인격체로써의 조언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마음가짐에서 더욱 그랬다.



작가 본인의  아이들이 아니라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일부의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의 어린이에 대한 진지한 진심까지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여전히 ‘어린이’보다는 ‘아이’가 익숙하지만,

작가의 그런 태도를 흉내 내어 보는 것만으로 조금은 더 괜찮은 어른이 된듯해서 우쭐해지니 말이다.   

   



2022년 3월 26일 세 아이 모두 유증상에 자가진단키트 결과 음성! 일주일째를 맞았다.

학교는 드문드문, 학원들은 쭈--욱 결석 중이다.


엄마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 뒤처질까 불안하고 날린 학원비 생각에 체증이 오고 네버엔딩 집안일에 체력도 바닥이다.

엄마의 세계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반면, 이 세 어린이의 세계는 이보다 더 신날 수 없다.

분명 등교 시간 즈음에는 컹!컹! 기침을 하고 목이 아프다며 못 가겠다 찡찡거렸건만 어찌 된 일인지 요상스럽다.

복식호흡법을 통달한 우렁찬 웃음소리와 쩌렁쩌렁 싸우는 소리에 엄마는 뒷목을 잡는다.


지금 저 아이들 세계가 찐으로 행복하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 그들의 세계에서 바라본 엄마의 세계는 어떨까? 


왠지 불안하다.

불안함을 달래려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본다.  


2022년 3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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