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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ru May 03. 2024

독서가 안식처로 되기까지 step by step

# 인간발제 4. _ 글이 눈에서 튕겨져 나가는 이들에게 전함.

그래, 결심했어!!

본격적으로 나 책 좀 읽어 볼래!!   하고  집 근처 공립도서관 독서회에 가입을 했다.

게으르지만 적극적인 성격이라 일을 저지르고 본다.


그러니까 막둥이가 어린이집에 입소함과 동시에 시작 됐다.

그전에도 책, 독서에 대한 갈증은 늘 있던 사람이다. 육아도 글로 배우고 글로 위로받았다. (검색도 글이라면 글이라 본다.)

그런 나에게 주 1회 독서모임은 해 볼만 해 보였다.


독서회 첫 모임을 경험하고

제대로 절망했다.

길지않은 소설 이었음에도 글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각자의 생각을 물어보는데, 내 머릿속은 백지상태였다.

 "음. 다 봤어. 재미있네." 이상의 생각은 없었다.

육아에만 전념한 5년 동안 열과 성을 다해 살아왔다 자신했지만,

내 뇌는 굳어져버렸다.

성인으로써 제대로 된 글을 읽고 이해하지도 못했고, 내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완전한  독서 기능 상실을 맛보았다.


한동안, 그렇게 출석 도장만 찍다가 신년 계획처럼 다부지게 도전을 시작했다.

1년에 100권 읽기!!

닥치는 대로 읽고 제목만이라도 기록해 보자.

주로 어린이용 세계문학인 비룡소 클래식, 네버랜드 클래식과 어린이동화 문학상 수상작, 뉴베리 수상작들이었다.

중간중간 그림책도 슬_쩍 포함시키기도 했다.

어차피 나만 아는 도전이니 요정도는 _ 샤바샤바 촵촵_하며 넘어가자 했다.

이런 어린이 청소년 문학작품들은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어서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읽어도 나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글로 옮기는 건 감히 언감생심이었다.

그냥 그렇게 내 뇌가 적응하도록 무작정 읽기만 했다.


그 해 12월 30일에 마지막 100권을 채웠다.

4월에 시작했으니, 9개월 동안의 일이다.

나만 아는 쾌감이고 짜릿함이고 흥분이었다.

포상으로 핑크삥꾸한 립스틱을 선물했다.



"자신감은 경험에서 온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다음 해부터는 권 수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글로 표현하기도 잊지 않으려 했다.

시작은

_ 제목, 작가 기록,

_좋은 글귀 필사(나는 컴퓨터로 했으니 컴사.)

_필사에 생각, 한 단어, 한 문장.

_책 전체에 대한 요약과, 나만의 생각정리.

의 순서로  확장해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쓴 서평은 독서회 회원들의 발제문 이외에는 보지 않았다.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나만의 생각에 집중하려 애썼다.

위대한 작가들도 이런 고통이었을까?부러 어깨뽕을 장착하고 어줍잖은 생각도 해보았다.

쓸데없는 잡생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생각하고 생각하면 고맙게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찰나의 반짝임으로 와주었다.


그렇게 6-7년쯤 하다 보니

책에 대한 나의 기호도 생겼고,  소중한 책과, 위대한 작가들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부족하나마 내 생각을 정리해서 A4지 한, 두 페이지 정도의 글은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중년의 아름다운 아줌마인 나는 드라마도 좋아하고, 모바일 게임도 환장한다.

아이와 함께 크면서 어른으로써, 부모로서 어떤 보여주기식 설정이 필요했다.


독서의 시작은 페이크이었고,

현실 도피용이었다.

이제는 남편과 동등한 인생 동반자로의 위치에 있다.  내가 많이 의지하는 친구다.


순수한 자만추의 기준으로 나는 여태까지의 여정이 만족스럽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가 기대된다.



7년전 나와 닮은 단단한 뇌를 경험하고 있는 자에게 나의 오지랖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본다.



매우 개인적인,

"닥치는 대로 읽기"에 도움 받았던 책>>


 네버랜드 클래식 _시공주니어출판

ㅡ 비룡소 클래식 _ 비룡소출판

ㅡ 동화 토지_ 박경리 저

ㅡ 책은 도끼다 _ 박웅현 저

ㅡ 사는 게 뭐라고 _ 사노요코 저

 공공도서관 어린이 도서실  신간코너 또는 기호번호 탐색 (000,100,200 순서로 훑으며 만만한 책 고르기)

ㅡ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

 뉴베리 수상작

ㅡ 독서회 참여로 다양한 도서 경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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