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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ru Apr 25. 2024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

#책발제 2. 소설을 가장한 독서권장 사상서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_다이 시지에 作

         

작가 다이시지에는 1954년 중국 푸진출생으로, 중국 문화혁명기 당시에 ‘부르주아 지식인’으로 지목되어 산골에서 재교육을 받았다. 마오쩌둥 사망 후 국비장학생으로 1980년 프랑스 유학길에 오르며 2000년 첫 장편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처녀』 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재교육을 받던 당시의 자전적 소설로 주인공 <뤄>에게 자신을 투영했다. 당시 금서로 지정된 책들을 읽으면서 금지된 것이라고 믿고 있던 상상세계의 문을 열면서 눈을 뜨게 해 주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발자크의 소설들, 빅토르 위고, 스탕달, 톨스토이, 키플링 등의 작품들은 당시의 시대 상황, 인간관계들을 그동안 알던 생각과 감정들에게, 그리고 생경한 사상과 감성에게까지 그 이름을 붙여 문자를 통해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처음 바이올린을 마주한 시골 마을 사람들처럼, 신기하고, 두렵고, 의심스럽고, 기대하는 복잡 미묘함으로 주인공들도 발자크의 『위르쉴 미루에』 첫 페이지를 시작했으리라.

      

 P80. 아직 청춘의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열아홉의 숫총각이 애국주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운동에 관한 혁명적 장광설밖에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데 갑자기 그 작은 책은 침입자처럼 나에게 욕망과 열정과 충동과 사랑에 눈을 뜨라고 말하면서, 그때까지 고지식한 벙어리에 지나지 않았던 내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P 86. 발자크는 그 애의 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을 올려놓은 진짜 마법사야. 그 애는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몽상에 잠긴 채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지... <중략> 그 애는 자신의 살갗에 닿는 발자크의 말들이 행복과 지성을 갖다 줄 거라고 말했어.

      

깊은 갱도에서 발가벗은 채 노동을 이어 나가며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려 했던 나와 뤄 였다. 낡은 재봉틀과 함께하는 세상이 전부였던 소녀였다. 책을 통해 마주한 아주 새롭고 솔직한 세상, 바닥 밑까지 드러내는 휘황찬란한 표현의 향현은 주인공들의 심장과 뇌리에 빼곡히 박혔다. 그것들은 세 주인공 각자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치유했고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해나가게 했다.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이 이와 같은 방식이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타국민에게도 제대로 인정받는 대국이 될 수 있지도 않았을까? 하며 안도해 본다.

     

살면서 현재의 삶을 벗어나기 위에 또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우리는 선택한다. 무엇이든 하든지(DO). 아무것도 안 하든지(or NOT).

    가만히 있는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

    반면, 무언가를 하려면 애를 써야 한다. 발버둥 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고통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


무엇이든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결핍이란, 감정에 국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질적인 결핍을 경험하는 이들은 인구비례 소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독서에게서 재미를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는 행위를 하는 자가 오히려 낯설게 바라봐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고유함 그대로 작품을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자신의 삶으로 통찰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또 선택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DO? or NOT?               




epilogue >>

주변에서 가끔 물어본다.

도대체 언제 책 읽어요?

시간이 나요?

햇수로 6년 차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나를 외계인 보듯 하며 뱉어내는 고정 질문이다.

나는 모바일 게임 하듯 한다. 모바일 게임의 그 중독성은 참으로 혹독해서 시시때때로 나의 무의식을 지배해 버린다. 스마트폰이 손아귀에 들어오면 그 시작이 무엇이건 마지막은 게임 어플을 한 번은 클릭해 본다. 그러다 정신 차려보면 손가락들이 자유롭게 춤추고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부러 여기저기 손 닿을 만한 곳마다 책을 두었다.

이것이 나의 애씀이다.

때문에, 동시에 독서 중인 책이 보통 세네 권은 된다. 이런 책들은 단번에 읽기도 하고, 끝끝내 마지막장을 보지 못한 채 책장에 다시 들어갈 때도 많다. 핵심은 의식이 작동하기 전에 손에 책을 쥐고 펼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운 좋게 책 세상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면 그때는, 로또다!!!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이 혈관과 피부를 뚫고 나올 듯한다. 불편하고 하기 싫은 일을 마무리했을 때의 그 성취감.

이 또한 중독이다.

확실한 건 이런 류의 성취감 중독은 어떤 형태로든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 점이다. 단점은 다중이를 경험하는 것이 필연의 과정일 수 있다.

그럼에도 너무 감사한 것은 여기에 나와 같은 외계인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영 쓸쓸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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