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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Oct 26. 2023

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곳,
무안 갯벌

8월 첫째 주 남도여행

8월은 여름방학과 여름휴가가 겹치는 달이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두 가지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미션 장소가 절실하다. 스스로 구하면 얻을 것이니, 그 고민을 단박에 해결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시원함은 기본이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신나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는 곳, <무안황토갯벌랜드>다. 


<무안황토갯벌랜드>는 원래 ‘무안생태갯벌센터’였던 곳이 이름을 바꾸면서 편의시설과 체험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2001년 국내 첫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무안 갯벌을 테마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갯벌을 따라 조성된 ‘국민여가캠핑장’은 전국 캠퍼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캠핑 명소다. 글램핑이 가능한 카라반과 텐트를 칠 수 있는 나무 데크가 마련돼 있고 사이트마다 모닥불과 바비큐를 즐길 수 잔디 마당이 제공된다. 



국민여가캠핑장이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에는 갯벌 체험객을 위한 숙소로 카라반 10대만 있던 작은 캠핑장이었다. 이후 무안 갯벌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면서 캠핑장도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무안황토갯벌랜드>로 확장 개업을 하면서 캠핑장 규모도 커졌다. 현재 카라반 19대와 텐트 데크 40여 개가 설치돼 있고 펜션 형태의 황토 이글루와 황토 움막, 방갈로 같은 숙박시설이 새롭게 들어서면서 가족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바비큐 전용 실내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서 한여름 열대야와 모기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시원하고 맛있게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캠핑은 힘들어,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격렬하게 쉬고 싶다”는 분들도 걱정할 필요 없다. <무안황토갯벌랜드> 건물 안에 식당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편안하고 안락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 KBS 남도캠핑원정대 '별똥별' 촬영 현장 - 캠핑 사이트 >

무안은 자타공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정갯벌이다. 무안 해제면의 임수반도와 영광군 염산면 사이에서 무안과 함평군을 끼고 육지 안쪽으로 길게 갯벌 밭이 펼쳐져 있는데 바다에서 들어오는 만의 입구는 작지만 만의 안쪽은 거대한 평원처럼 드넓다. 갯벌의 길이는 19.5km, 최대 폭 너비는 7.5km로 면적만 해도 35.41ha에 달하는 그야말로 광활한 갯벌이다. 


2021년에는 무안 갯벌이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보성·순천과 함께 ‘한국의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갯벌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무안 갯벌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지금이 한창 때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갯벌이 수천 만 년의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갯벌인데 비해 무안 갯벌은 이제 겨우 3천 살 밖에 되지 않는 신생 갯벌이다. 아직까지 갯벌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관찰할 수 있으며 수많은 생명들이 무안 갯벌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생물다양성이 높고 자연 상태의 원시성을 그래도 보전하고 있어서 갯벌체험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 KBS 남도캠핑원정대 '별똥별' 촬영 현장 - 갯벌 체험 >

<무안황토갯벌랜드>의 가장 큰 매력은 갯벌 속으로 직접 들어가 발로 밟고 만지면서 오감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갯벌에 들어가기 어렵다면 갯벌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갯벌 구석구석까지 이어진 나무 데크 길을 따라 드넓은 갯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갯벌 산책을 즐기다 보면 책이나 영상에서만 보던 신기한 갯벌 식구들을 만날 수 있는데 어찌나 재빠르게 움직이는지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 그렇다고 실망은 금물이다. 잠시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갯벌 위를 살금살금 기어가는 짱뚱어와 떼 지어 일광욕을 즐기는 칠게들, 그리고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한 마음에 잡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갯벌로 뛰어 들어서는 안 된다. 무안 갯벌 전체가 습지보호지역이다 보니 관찰 이외에 잡는 행위는 모두 금지 사항이다. 만약 허락된다고 해도 게 눈 감추듯 사라지는 칠게나 짱뚱어를 잡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천연 미네랄 덩어리 갯벌은 먹거리의 보물 창고다. 갯벌에서 나는 먹거리는 무엇 하나 맛있지 않은 게 없다. 그 중에서 무안 갯벌이 가장 자랑하는 뻘낙지는 그야말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쫀득한 식감에 담백한 맛은 기본이고 몸에 좋은 영양성분까지 풍부해서 몸과 입을 즐겁게 한다. 시원한 무와 매콤한 고추만 곁들인 연포탕부터 새콤달콤하게 무친 낙지초무침, 여기에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서 양념장을 발라 구워먹는 낙지호롱이는 무안 갯벌이 선사하는 최고의 밥상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 먹었다는 칠게 튀김은 별미 중에 별미이고 갯벌 위의 귀염둥이인 짱뚱어를 통째로 넣고 끓인 짱뚱어탕과 짱뚱어튀김은 잊지 못할 무안의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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