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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Oct 25. 2023

골라 가는 재미, 곡성 계곡 ‘3대 천황’

7월 넷째 주 남도여행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여름휴가를 계획할 때마다 생기는 고민이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일 거다. 사실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한 주는 산으로, 한 주는 바다로 가면 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산으로 여름휴가를 떠나 보자. 

여름 산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 계곡이다. 산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은 뜨거워진 공기를 식혀주고 아름드리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다. 남도는 명산이 많아서 골골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많다. 골짝나라 곡성에는 진짜 멋진 계곡들이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여름휴가지로 좋은 곡성 계곡계 3대 천황을 골라봤다.


첫 번째 계곡은 곡성읍내와 가까운 도림사 계곡이다. 동악산 입구부터 도림사 경내까지 이어지는 계곡으로 지방 기념물로 지정된 명성 높은 계곡이다. 계곡 길을 따라 너럭바위들이 200m 이상 이어진 전국 최대 규모의 암반 계곡이다. 아무리 가문 날에도 물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사철 물이 넘치는데 계단식 계곡이 아홉 굽이를 이루고 있고 계곡이 꺾어지는 곳마다 길가 2~4m에 달하는 너럭바위가 쉼터를 만들어준다. 옛 시절에 풍류 좀 안다는 선비들이 와서 놀았던 유서 깊은 피서지답게 바위들마다 멋진 시구들이 새겨져 있다. 


< 곡성 도림사 계곡 >
< 곡성 도림사 >

동악산 계곡 길에 자리 잡은 도림사는 해골물로 득도하셨다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도인들이 숲을 이룰 정도로 많았다고 해서 ‘도림사’로 불릴 만큼 지금까지 널리 이름이 알려진 큰 인물들이 많은데 일단 도림사를 창건한 원효대사를 비롯해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와 사명대사까지 모두 도림사 출신이다. 대사 배출 명문 사찰답게 괘불탱(보물 제1341호)등 문화재급 보물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두 번째 계곡은 죽곡 동리산에 자리한 태안사 계곡이다. 태안사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숲길이 2km 이어지는데 숲길을 따라 줄곧 계곡이 흐르고 있다. 여느 계곡처럼 폭포나 넓은 소가 있지는 않지만 올망졸망 이어진 숲과 계곡이 수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특히 태안사 일주문 앞을 지키는 ‘능파각’은 다리 겸 누각으로 태안사 계곡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한다. 도림사 계곡처럼 너럭바위 같은 쉼터는 없지만 굽이굽이마다 편평한 터가 마련돼 있어서 물놀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태안사 능파각에서 본 태안사 계곡 >

태안사는 다른 사찰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상당한 내력을 자랑한다. 예전에는 순천 송광사와 구례 화엄사를 종사로 둘만큼 서열이 높은 사찰이었는데 미국 CNN이 선정한 아름다운 사찰 33선에 선정될 정도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능파각을 지나 일주문을 통과하면 엄청 큰 연못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그곳에 부처님 사리를 모셨다는 삼층석탑이 있다. 그 옆으로 6·25 한국전쟁 당시 태안사에서 숨진 경찰들을 기리기 위한 ‘경찰충혼탑’이 있다. 아름다운 경치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아픔을 간직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 태안사 일주문과 경찰충혼탑 >

마지막 계곡은 ‘청계동 계곡’이다. 도림사 계곡을 품은 동악산 줄기가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곳으로 예부터 빼어난 경치를 인정받은 명승지다. 청정 1급수를 자랑하는 맑은 물이 계곡 사이로 흐르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이 많다. 계곡 바닥에 깔려있는 바위와 돌들은 매끄럽고 부드러워 앉아서 놀기에 좋다. 4km에 달하는 청계동 계곡은 수없이 많은 골짜기를 따라 군데군데 작은 폭포와 소가 만들어져 있어서 계곡 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청계동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고경명 장군의 오른팔이었던 ‘청계  양대박 장군’의 호를 딴 것이다. 청계동 계곡은 고경명 장군과 함께 금산전투에 참여했던 양대박 장군의 본거지로 의병을 양성하던 진지이자 요새였다. 


< KBS 남도캠핑원정대 '별똥별' 촬영 현장 - 청계동 계곡 물놀이 >


곡성 계곡계 2대 천황이 자리한 동악산은 그 자체로 훌륭한 힐링 여행지다. 동악산은 평소에 산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전국 100대 명산에 어엿하게 이름을 올려놓은 산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산으로 보이나 산속에 들면 골짜기가 깊고 바위로 이뤄진 산세가 범상치 않다. 남쪽 산줄기는 형제봉과 최악산으로 이어지고 북쪽 아래로는 섬진강이 흐르며 곡성읍을 품고 있다. 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서남북으로 산줄기가 뻗어있어서 산행코스가 매우 다양하다. 


도림사에서 시작해 동악산 정상만 찍고 내려오는 한나절 코스부터 삼인봉에서 초악산까지 20km에 육박하는 종주코스도 있다. 특히 ‘도림사 ~ 동악산 ~ 배넘이재 ~ 형제봉 ~ 오토캠핑장’으로 연결되는 약 13.6km 구간은 동악산이 자랑하는 명품 숲길로 ‘하늘정원’이 유명하다. 이곳은 원래 ‘배넘이재’라고 불리던 곳이었는데 과거 바닷물이 들어와 배를 타고 넘어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하늘정원은 배넘이재를 포함해 약 2.5ha의 규모를 자랑하는데 푸른 솔숲과 함께 5만여 그루의 산수국과 꽃무릇 꽃밭이 펼쳐져 있다. 사시사철 산행하기가 좋지만 산수국이 피는 8월, 꽃무릇이 피는 10월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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