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효 작가 Oct 26. 2023

명품 해안누리길
진도군 접도 웰빙등산로

8월 넷째 주 남도여행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탄소제로가 대세다. 탄소제로 시대에 발 맞춰 ‘차 없이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한 달 동안 가까운 거리는 걷고 먼 거리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며 생활하고 나니 새삼 걷는 게 즐거워졌다. 8월 끝자락은 제법 바람이 선선해져서 걷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환절기에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아진다는데 우울한 마음에는 햇살만큼 좋은 약도 없다. 걷는 김에 좀 멀리 떠나보자. 최근 트롯 가수 송가인씨의 고향으로 더 유명해진 진도에 산과 바다를 오롯이 느끼며 걸을 수 있는 명품길이 있다.  


진도는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지만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이미 오래 전에 연륙교가 건설돼서 해남과 완도처럼 육지와 다름없다. 대신 크고 작은 부속 섬들이 진도 여행의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그 중 접도는 걷기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안누리길’ 중의 하나인 <접도 웰빙등산로>는 작은 섬 접도를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데 바다와 산의 매력을 모두 갖고 있는 멋진 길이다. 


접도는 섬 이름 그대로 진도에 아주 가깝게 접해 있는 섬이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진도 의신면 금갑리 앞바다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섬이지만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 육지와 섬을 잇는 2차선 접도대교를 건너가면 도착할 수 있다. 접도는 면적이 4.3㎢, 해안선 길이 12.3km에 불과한 작은 섬으로 3백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바로 옆 섬인 모도가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여행지이다 보니 그 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접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내 그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연륙교가 놓이기 전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외딴 섬이었던 탓에 섬 안의 자연환경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다도해를 앞마당 삼아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는 접도는 그 자체로 힐링 섬이다. 



진도군이 자랑하는 <접도 웰빙등산로>는 섬에서 가장 높은 남망산 등산로와 해변을 따라 이어져 있다. 접도 남망산은 해발 164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해변의 기암절벽과 아름다운 다도해국립공원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이 일품이다. 트래킹 코스는 접도 여미해변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먼저 남망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여미재에서 능선 길을 따라 남망산 쥐바위에 도착하면 사방으로 펼쳐진 다도해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다 너머로 진도 본섬과 작은 무인도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 접도 남망산 능선 >

병풍바위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걸으면 푸른 바다와 울창한 숲이 나타나는데 산길에서 만나는 나무에는 갖가지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12개 가지를 가진 ‘구실잣밤나무’는 12간지를 본떠 ‘12간지목’이라 했고, 세 개의 줄기가 기세 좋게 뻗어있는 ‘기 받는 굴참나무’도 있다. 병풍바위 아래쪽으로 동백숲이 군락을 이뤘는데 진녹색 동백나무숲이 갈색빛 나무들과 대비를 이룬다. 접도에는 상록 활엽수림과 낙엽수림이 다정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서 난대림과 희귀한 식물들이 해안 절경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이어서 선달봉과 솔섬바위를 거쳐 해변으로 내려가면 후박나무 숲에 감싸인 여미해변의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몽돌 구르는 소리가 일품이다. 

               

▶ <접도 웰빙등산로 코스 (9km) 

☞ 여미주차장→여미재→쥐바위→병풍계곡→병풍바위→선달봉삼거리 →솔섬바위→작은여미해변→말똥바위→여미사거리→여미해변→여미주차장


<접도 웰빙등산로>를 모두 걷기 힘들다면 남망산 산행만 즐겨도 좋다. 남망산의 장점은 다양한 등산코스가 있다는 것이다. 수품항에서 출발하는 1코스와 여미주차장에서 출발하는 2코스가 있고, 산중턱까지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쥐바위로 곧장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어느 구간이든 길이 서로 연결돼 있어서 체력에 맞게 적당한 지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오랜 세월 섬이었던 진도는 제주도와 더불어 최적의 유배지였다. 진도에 속한 접도도 조선시대 유배인들의 귀양지로 섬 속의 섬이었다. 김후재, 신정조 등 수많은 유배인이 접도로 유배의 길을 왔는데 그 중 김약행은 이 섬에서 1788년 ‘적소일기’라는 한글 유배일기를 남기기도 했다. 접도대교를 건너 수품리 방면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유배인들이 생활했던 원다리가 나오는데 마을 한편에 ‘유배지 공원’이 조성돼 있다. 한때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이들이 머물다 갔던 접도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향기롭고 우아하게, 무안 회산백련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