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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소나무 꽃
Feb 12. 2022
2019년-대보름에 담긴 엄마의 마음-2022년
<정월대보름>
한국 명절 중의 하나로 개인적인 기복 행사로 부럼 깨물기, 더위 팔기, 귀밝이술 마시기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줄다리기, 다리밟기, 고싸움, 쥐불놀이 등 행사를 하는 명절이다.
2019년 2월 일기를 꺼내보다 발견한 사진 한 장-엄마가 보내오신 오곡밥, 사골국, 수정과, 건가지 나물,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콩나물, 죽순, 건취나물, 가오리회 무침,
문화와 관습에 그리 얽매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간과하지도 않는다.
혼자였다면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아이들로 하여금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음이 명백하다.
얼마 전 지낸 음력설이 조금 지나면 정월대보름이다.
이날을 위해 나물이 가득한 밥상을 차리며
부럼을 위해 단단한 껍질에 쌓인 땅콩을 비롯해
몇몇 견과류를 준비해둔다.
가족을 사랑하는 나는 대보름 아침에
남편과 아들, 딸의 더위를 사기도 한다.
궂은 것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에게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한여름에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이기에 기분 좋게 가족들의 더위를 모두 사버렸다.
두 달여 시간의 방학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주방에서 할애하게 하는 썩 반갑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음식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이날도 어김없이
나의 엄마
는 새벽부터 부지런히 아픈 딸을 위해 10여 가지의 나물과 오곡밥,
수정과에 고명으로 쓸 곶감까지 손수 만드셔서 보내주셨다.
아이를 키우니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음식에 고스란히 담긴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이제는 감히 먹는 것도 경건해진다.
2019년 2월 21일
2022년 2월 정월 대보름을 위해 보내주신 음식들-오곡밥, 건고구마 줄기, 건호박, 건취나물, 고사리, 톳 콩나물, 오이나물, 김무침, 명태무침 그리고 식혜
싹둑싹둑 나물을 잘게 잘라
점심으로 나물 비빔밥을 준비한다.
나물의 향에 덧입혀진 참기름 냄새가
코끝을 타고 뇌까지 닿더니
기어이 어린날의 추억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엄마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이 많은 음식을 만드시느라 얼마나 분주하셨을까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음식이 아닌 정성임을 깨달은 건
딸아이에게 내 모습이 투영되고부터다.
엄마의 정성 어린 음식들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는 제 딸을 보고서야
'나도 내 딸이 시집가면 이렇게 하겠지, 그게 내 마음이고 엄마 마음이겠지' 하고 깨닫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를 철들게 만드는 선생님은 딸이라는 생각이 든다.
46살이나 먹은 딸은 70이 다 된 엄마 앞에서만은
여전히 심술을 부리고 음식 투정을 하며
누군가 조금만이라도 나를 언짢게 하는 이들을 일러바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를 해댄다.
하나뿐인 아픈 딸을 위해
매달 두세 번의 음식 꾸러미를 택배로 부치시는
엄마의 마음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철부지는
시누이가 여섯에 독자이신 아버지를 만나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낳고 명절과 제사를 홀로 다 해내시는 엄마가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두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들 귀한 집에 시집와 아들 셋을 낳았지만 딸이 귀한 외가댁에서 유복하게 자란 엄마는
딸 하나인 나를 유독 많이 아끼셨다.
외가에서는 나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바닥에 한번 놓지 않고
지내
셨다고 했으니
친가와 외가의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눈치를 배웠던 친가에서와 달리 무한한 사랑을 주는 외가 식구들을 나는 당연히 가장 좋아했다
대보름을 앞두고 보내신 음식 앞에 철딱서니 없는 딸은 자식에게 보내는 넘치는 엄마 마음에 대고
그만
보내시라
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이것저것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감사히 잘 먹는 자식이 엄마 마음에 기쁨이고 행복임을 이해하면서도
이제는 나의 엄마가 본인의 건강만 신경 쓰시며 자식을 위하는 마음을 조금 덜어 엄마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졌으면 하는 나의 마음이 상충되는 지점이다.
엄마가 아직 힘이 있어서 해주는 것이니 걱정 말고 잘 먹기만 하라는 엄마의 말에 마음 한구석이 계속 아리다.
엄마는 모든 게 넉넉했다.
음식을 해내는 손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나눠주는 마음마저 넘치게 넉넉하니
이 모습은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내 몸에
배
이고 있음을 느낀다.
옹졸한 나의 마음을 향해 엄마가 항상 하셨던 넉넉하게 나눠주어야 복을 받는다는 잔소리는
철이
들어가는
어른이 되고 보니 잔소리가 아닌 가르침이었다는 생각이
든
다.
엄마에게 넉넉한 건 음식뿐만이 아니라 넉넉히 나눠주는 엄마의
마음이었고 그 마음은 결국
오로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그 사랑 덕분에 여태컷 자란 나 역시도
넉넉한 엄마처럼 성장하여
내 딸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넉넉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
엄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2022년 2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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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을 좋아하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 살아있는 모든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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