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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무 꽃 Jan 02. 2023

숫자 7이 스며든 삶.

기도.

중학생인 아들의 교복이 되어버린 체육복과 고등학생인 딸의 교복 와이셔츠는 매일매일 세탁을 할 뿐 아니라 조금 더 신경 써서 정성을 들여 빨래를 한다.

수건과 양말 속옷은 건조기 속으로 들어가고 아이들의 옷은 탈탈 털어 주름 없이 곱게 펴서 햇볕에 말린다.
사소한 빨래하나에도 언젠가부터 숫자 7이 가지고 있는 행운의 이미지는 나에게도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숫자패티시가 있는 건 아니지만 7이라는 숫자는 왠지 신나고 좋은 소식을 제비가 물고 올듯한 설렘을 주는 숫자이다.

숫자 7이   가진 이미지는 하느님께서 6일 동안 세상을 만들고 7일째 안식을 가졌고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하늘의 완전수 3과 동서남북의 땅의 완전수 4를 더해 7에 좋은 의미를 부여했다는 의미가 알고 있는 전부이다.

내가  숫자 7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인지한 순간은 옷을 털 때도 주름을 펴는 횟수도 7이라는 숫자의 리듬을 넣고 있는 낯선 나의 모습 때문이었다.
일종의 의식행위처럼 일곱 번의 횟수에 나는  길들여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의 양말과 속옷을 살 때도 일곱 개의 숫자에 맞춰 구입한다. 서랍장에 수납되는 수건의 개수도 아이들 간식으로 차려지는 과일의 개수도 예외는 아니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정성 들이는 아침밥상을 차릴 때에도 일곱 번의 리듬에 맞춰 국과 밥을 뜨고 있었다.

   그 옛날  자식을 위해 어머니들이 이른 아침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는 심정이 이러했을까!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느낄 수 없을 마음이고 가질 수 없는 행위이다.
7이라는 숫자로 의식을 치르는듯한 나의 행위를 아이들이 아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속으로 숫자 7에 리듬을 타며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읊는 나의 마음은 아이들에게 닿고 있다고 믿고 있다.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의 마음은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에도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를 보고도 하느님을 부르게 된다.
엄마로서 나의 의무는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을 붙여준 아이들이 건강하고 주체적인  독립된 자아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지지해주는 게 전부 일 것이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맺어진 나와의 관계가 부모자식의 관계를 넘어 그 어딘가에 영원히 이어질 수 있는 진실한 거리 안에서 사랑이 스며든 그곳에서 변함없기를 늘 깨어있기를, 기도하기를 다짐한다.


 <기도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생의 싸움터에서 함께 싸울 동료를 보내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 내 자신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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