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계곡에서 맑은 물이 흐른다. 계곡의 방향 따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그리고 아래로 굽이 굽이 흘러간다. 좁은 길목에서는 물살이 빨라지다가 넓은 길에서는 속도를 늦춘다. 또 다른 계곡에서 흘러온 물과 섞여 흘러간다. 이렇게 산과 강을 흘러온 물은 저수지, 바다 등으로 가서 수증기로 기화되었다가, 비가 되어 다시 산으로 계곡으로 내린다. 중간에 폭우, 지진, 산사태, 화산 폭발, 화재, 가뭄 등으로 물길이 바뀌거나 마르기도 한다.
건강검진을 받아보면 많은 지표들과 측정 수치를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수치들이 매 순간마다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건강검진은 1~2년에 한 번, 그 시점에서 '점검'해 보는 의미가 있다. '정상'이 나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아침에 일어나 혈압을 재 본다. 이완기 70mmHG, 수축기 110mmHG로 정상이다. 혈압을 24시간 계속 측정해 보면 어떨까? 혈압은 매 순간 조금씩 변한다. 움직임이 크거나, 회의를 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이거나, 식사를 하게 되면 혈압은 파고를 일으킨다. 공복혈당, 심전도, 폐활량,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대부분의 건강지표들이 이와 같다. 우리가 24시간 끊임없이 움직이고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에너지를 대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에서는 건강지표들의 안전 관리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지표가 24시간 내내 안전 범위에 있다가 짧은 순간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건강 문제는 바로 그때 일어나게 된다.
만일 건강검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와 수치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어떤 지표가 관리범위를 벗어나려는 조짐이 보일 때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떨까? 센서, 반도체, 통신, AI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많은 기술들이 도입되어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웨어러블 밴드를 손목에 차면 활동량, 맥박, 심전도, 수면 패턴, 혈압, 체성분 등을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모바일 앱 등을 통해서 24시간 실시간 건강지표를 모니터링하고, 건강 위험을 예측하여 미리 알려주는 시스템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