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 Jul 12. 2024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달 이면의 이야기

영화 후기와 달 착륙 프로젝트 관련 이야기

“한 인간으로서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 전체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 닐 암스트롱


1969년, 지구의 모든 사람이 텔레비전 앞에 모였다. 인류가 처음으로 지구 밖에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달에서 지구까지, 우주를 건너 전해지는 인류의 달 착륙 생중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고 전해지는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은 그 감격의 순간을 위와 같이 표현했다. 그렇게 인류는 우주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사실 달에 처음으로 사람을 보낸 미국은 소련과 ‘우주 경쟁’을 하고 있었다. 냉전 시기, 누가 먼저 달에 도달하는가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대표하던 두 국가에 있을 수 없는 경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에도 미국이 실제로 달에 도달했는가에 관한 무수한 음모론이 들끓었다. 특히 달에서 지구까지 전파된 생중계 영상을 바탕으로 먼지의 흩날림, 우주 비행사들이 떠다니는 정도, 미국의 성조기가 휘날리는 모양새 등에 대한 각종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음모론을 어릴 적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테다. 그렇게 인류의 첫 달 착륙 영상이 조작된 영상이라는 이야기 또한 등장했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조작되었다’라는 음모론. 이를 바탕으로 오늘의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시작되었다.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포스터와 주인공 켈리 존스와 콜 데이비스(C) Sony Pictures/Courtesy Everett Collection.


“달을 팔러 왔어요.” 마치 마릴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듯한 금발의 매혹적인 여자 주인공, 켈리 존스(스칼렛 요한슨)는 나사의 홍보팀으로 캐스팅됐다. 그녀의 미션은 달 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들의 떨어지는 관심을 다시 끌어올려 각종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 한국 전쟁에 52번 파병 갔었다는 남자 주인공,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는 나사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은 전 파일럿이다. 달 탐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홍보해나가고 있는 켈리에게 미국 정부의 어둠의 손과 같이 등장하는 모 버커스(우디 해럴슨)는 프로젝트의 실패를 대비해 가짜 달 착륙 영상을 만들라고 한다.


여느 실화 배경 영화가 그렇듯,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만 자세히 보아도 어떤 결말로 영화가 진행될지 대략적인 흐름은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영화라는 예술에 있어 그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기로 하고, 오늘은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를 통해 주목하게 된 다른 면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달 착륙 프로젝트, 그 이면의 사람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고 하면 기억나는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폴로 11호’와 ‘닐 암스트롱’을 떠올리리라. 결국 기억에 남는 이는 카메라 앞에서 첫발을 내디딘 단 한 사람뿐. 하지만 그 사람을 지구로부터 달까지 보내고, 다시 지구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있다.


# 나사의 엔지니어들

사람이 달에 가려면 그들을 달로 보내줄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C) Sony Pictures/Courtesy Everett Collection.


‘사람을 달에 안전히 보내고 다시 지구로 무사 귀환시키기.’ 문과의 머리로서는 도저히 그 어려움의 정도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그게 컬러텔레비전이 등장하기도 전이고 휴대전화가 발명되기도 전인 1960년대에 이루어 내야만 하는 일이라면 더욱이 말이다. 하지만 두 강대국 간의 경쟁이 되어 대통령이라는 국가 최대의 보스가 이루어 내고야 말겠다고 선언한 임무라면, 어떻게든 해내야지 않겠나. 그리고 1969년,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그 불가능할 것만 같던 임무를 현실로 만들어낸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만 기억되었던 나사의 엔지니어들,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통해 조명된다. 영화 줄거리의 중심이 되지는 않으나, 그들이 달에 사람을 보내기 위해 어떤 실험과 훈련을 준비하고, 프로젝트의 성패뿐만 아니라 우주 비행사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마음을 졸여왔는가 등의 모습이 영화에 은은하게 담겨있다. 그렇게 달 착륙 프로젝트 이면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모습, 이를 감독 그레그 버렌티는 이번 영화를 통해 달의 그림자 밖으로 꺼내왔다.



# 아폴로 1, 2, 3

영화 속 아폴로 1호 기념비 (C) Sony Pictures/Courtesy Everett Collection. / 우 : 아폴로 1호의 실제 우주비행사들 (C) NASA


달에 착륙한 우주선의 이름은 ‘아폴로 11호’이다. 이를 그저 역사로서 만난 이들에게 있어 아폴로 11호는 그저 이름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이면에는 아폴로 1호부터 10호까지, 세상이 기억하지 못하는 우주선과 우주 비행사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폴로 1호의 우주 비행사들은 미국인들에게, 특히 나사 사람들에게 있어 큰 슬픔과 아픔으로 남았다. 1967년, 아폴로 1호는 본격적인 발사에 앞선 훈련을 진행하던 도중 조종실에 화재가 발생하였다. 그 안에 있던 세 명의 우주 비행사는 그렇게 우주로 나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아폴로’라는 이름에는 그런 아픔이 있었다. 그리고 아폴로 11호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나사의 엔지니어들과 연구자들, 책임자들에게 있어서는 ‘아폴로’는 잊어서는 안 되는 슬픔이자 달 착륙에 대해 지키지 못한 약속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아픔을 영화의 콜 데이비스 역을 맡은 채닝 테이텀이 묵묵하게 그려낸다.



# 과학 프로젝트의 홍보팀

무언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상상보다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이 필요하다 (C) Sony Pictures/Courtesy Everett Collection.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존재는 아직 남자의 보호를 받으며 집에서 밥이나 해야 할 존재로 치부되었던 시기다. 때문에 영화의 초반에도 이러한 모습이 슬며시 비친다. 하지만 여주인공 켈리는 노련하면서도 당차게 자신이 맡은 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이어나간다. 나사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굳건하게 일을 이어나가며 결국 성과를 이루어 내는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잃어가던 사회생활의 열의 또한 찾게 해준다. 홍보 마케팅 분야 근무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는 마케팅 분야의 현실을 담고 있어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되기도 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켈리 존스 역이라는 단 하나의 역할을 맡았을 뿐인데 마치 팔색조 같은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물론 <플라이 미 투 더 문>의 켈리 존스는 1969년 미국의 달 착륙 프로젝트라는 실화 위에 영화적 상상을 더한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관객들은 달 착륙 프로젝트에서 연구와 기술 외 직무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연구 내용과 기술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연구와 실험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자 홍보 또한 필요하며, 관련된 기관 및 기업과의 협의 또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업무다. 이러한 업무와 직무는 프로젝트의 내용적인 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기에 쉽게 잊히기 마련인데, 그런 직무의 소중함과 매력을 스칼렛 요한슨이 켈리 존스로서 매혹적으로 담아낸다.


(C) Sony Pictures/Courtesy Everett Collection.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에서 등장한 아폴로 11호는 달의 이면을 비행할 때 지구와의 모든 연락이 끊겼다. 실제로 아폴로 11호는 당시 약 48분간 통신이 되지 않았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캄캄한 우주, 그 어떤 통신조차 되지 않는 그곳에서 우주 비행사들은 달 착륙 프로젝트를 위해 앞을 보고 나아갔다. 그리고 그들을 달에 착륙시키고, 또 무사히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은 지구에서 그들을 위해 마음을 졸이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시간이 지나 그 작은 발자국이 역사가 된 지금, 달 위가 아닌 지구 위에 있었던 사람들의 노력은 마치 달의 이면에서 그림자에 숨겨져 있듯 대중으로부터 잊혔었다. 하지만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통해 달의 이면에 빛이 비친다.




영화 < 플라이 미 투 더 문 Fly Me To The Moon>

감독  그렉 버렌티

출연  스칼렛 요한슨, 채닝 테이텀

매거진의 이전글 초여름의 영화 소풍, 무주산골영화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