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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카 Aug 23. 2015

33일째_곤자르->카자노바(23Km)

까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 가족 순례자의 당나귀

늦은 저녁 마지막 순례자로 곤자르에 도착했다. 처음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할 때와 다르게 중간에 합류한 순례자들로 알베르게는 만원을 이루었다.  좁은 알베르게에 사람들의 살 냄새, 코 고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밤새 나를 뒤척이게 했다.  


그중 신선한 순례자 가족이 있었는데 당나귀를 타고 순례하는 프랑스 가족. 부모와  어린아이 셋을 데리고 나귀를 타고 프랑스에서부터 왔다고 한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순례를 하는 이 곳,  산티아고 순례길. 


이제는 산티아고까지 100Km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늘은 카자노바까지 걷기로 했다. 카자노바에 가는 중간 마을에 갈리시아 지방 전통요리인 뽈뽀(문어)가 유명한 멜리다를 지나게 되기 때문에 친구들과 멜리다에서 뽈뽀구이와 스페인 순례자가 추천해준 갈리시아의 대표 화이트 와인 알바니에로를 마셨다.


갈리시아부터는 알바니에로 와인이 진리~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바람이 무척 심하게 불고 있다.  


산티아고까지 48Km. 이제 이틀 정도 후면 드디어 산티아고에 도착한다.  오늘까지 34일을 걸었고 750Km를 넘게 걸은 것 같다. 


처음에는 결코 이 거리를 다 걷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하루하루 걷다 보니 어느덧 끝이 보이고 있다.  마음속에 두려움과 불안은 자연스럽게 찾아오지만 그것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하루씩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최선이란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닌 신께 감사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나를 존중하며 길을 걷는 게 아닐까...  결코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 인생과 산티아고 순례길이 지극히도 닮은 점이다  


마지막 구간이라고 해서 길은 결코 양보함이 없다.  오늘도 역시나 거친 산길, 날씨가 배낭의 무게와 더불어 나를 지치게 한다.  그냥 이게 길이고 인생이라는 것... 마지막 구간에 들어서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시작부터 끝까지 길은 그 원래, 각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자체로 많은 선물들을 전해주고 있다.  인생이 언젠가 쉬워지겠지, 편안해지겠지 그런 걸 바랬었지만 나의 인생은 언제나 그 각자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고통과 함께 기쁨을 전해온 것 같다. 


이제는 그 언젠가를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닌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 하루하루의 길을 값지게 견뎌내리라.  그런 후에 내가 도달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내 삶이 끝나는 순간에는 나는 나의 인생길이 아름다웠노라고... 힘들지만 감사했노라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총 35.3유로

알베르게 5.0

점심 10.0

간식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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