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는 없다
여행.
이란 단 한 단어만 떠올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을 해봤던, 여행을 해 보지 못했던 말이다.
여행의 범위.
에 대한 생각도 다양하다.
내 경우에는 '여행을 간다'고 말하면 (해외)라는 단어가 내 말 행간에 숨어있었다.
심리적으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일상에서의 탈출'을 경험해야지만 했다. 나에게 여행은 '숙면' 같은 것이었다. 그만큼 나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이상적인... 나도 모르는 그 이상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술전시회에 들렀다.
작품들을 둘러본 후, 미술관 내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우연히 본 옆 테이블에 한 가족이 앉아 있었다.
'택배'라는 조끼를 입은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다정하게 케잌를 먹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둥근 테이블 다른 한쪽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함께 앉아 있었다.
가족. 행복해 보이는 가족.
그 외에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택배 조끼를 입은 아빠였다.
아마도 뜨거였던 여름날 토요일 오전,
택배 배달일을 마치고 혹은 택배 배달을 하던 중간 휴식시간에 아내와 아들과 함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조끼도 벗지 않으신 채 미술관으로 설레며 뛰어왔을 것 같은 아버지...
휠체어를 밀며 함께 전시회를 관람한 후, 달콤한 케잌 한 조각을 둘러앉아 나눠먹고 있는 듯한 그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 사회에서...
그들은 '그들의 행복'만이 중요한 듯, 그 외에 세상 다른 어떤 것들은 관심 없는 듯 당당하고 행복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 졌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란 책에서 '우리 모두에게는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나에게도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같다.
직접적인 여행이던, 간접적인 여행이던 국경을 넘어 지리적 거리가 먼 곳으로 떠나던, 그렇지 않던 나는 그 날 서울 하늘 아래서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했던 것 같다.
나는 행복하고 싶어 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