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by 윈스턴

내가 죽고 난 후 천국을 간다면, 그곳은 어떤 곳일까.

나는 영원히 행복한 유토피아를 상상할 수 없다.

이상하지만 지옥이란 어떤 곳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몇 가지 떠오르는 상상이 있다.

유황불 속에서 몸부림치는, 아니면 가시에 온몸이 찔리는,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지독히 아무것도 없는, 그리고 영원히 지속되는 어둠 속에 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


천국은 대체 어떤 곳일까.

내가 죽은 뒤 사후세계가 존재하고 천국이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영원히 산다는 것에서 이미 행복과 거리가 멀어져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함’과 ‘행복’은 내게 있어서 서로 붙어 있을 수 없는 단어들로 느껴진다.

아무리 즐거운 일도 적당히 해야지, 영원히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행복할까. 아름다운 풍경도, 맛있는 음식도, 친절한 미소도, 따듯한 노래도,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괴롭고, 물리고, 질릴 것이다.


천국을 상상할 수 없다. 바꿔 말하자면 지금의 세상보다 더 행복해질 여지가 있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실은 나는 이미 천국에서 살고 있는 걸까?

천국과 지옥은 빛과 어둠처럼 서로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지옥이 보이는 천국 속에서, 혹은 천국이 보이는 지옥 속에서 살고 있는 걸까.




다른 가정을 한 번 해보자.

천국에 입장하기 전에 어떤 정신적인 조작을 당한다면 어떨까?

내가 죽으면 누군가 내게 다가와 흔들리는 시계추로 내 눈을 현혹시키며 말하는 거야.


"당신은 이 시간부로 행복에 역치가 높아지지 않을 겁니다. 지루하다는 감정도 잊을 겁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천국에 갈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신은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아기였던 시절로 되돌아가, 누군가가 나를 들어다 업어주기만 해도 행복을 느끼고, 영원한 시간 동안 한 번 더 업어달라고 끊임없이 보채는 아기가 되는 건 아닐까.

세뇌를 당해서 얻어지는 쾌락에 사는 것이 과연 천국일까.

세뇌로 얻어질 쾌락이라면, 그저 편하게 뇌에 전기자극만 주면 되지 않을까?

뇌만 따로 추출해서 통에 담가두고 전기자극만 가해주면 그 사람은 천국에 도달하게 된 것이 아닌가.


아니,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세뇌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의 신체가 지루하다는 감정을 고통이란 감각을 그리고 고통과 행복에 역치를 계속해서 올리는지도 모른다.


살아남으려면 멈추지 마라 벌을 받기 위해 태어난 자여.

당신은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머물러야 한다.

그렇게 가만히 안주하고 있지 마라. 일어서서 달려라.

내 몸이 그렇게 명령하는 것 같다.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는 세뇌에서 벗어나, 지옥에서 벗어나,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천국에 도달하는 걸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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