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의 거대한 필터

by 윈스턴

어떤 날엔 페르미의 역설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페르미의 역설이란 외계인의 존재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이론으로,

페르미가 방정식으로 계산한 결과, 100만 개의 문명이 우주에 존재해야 하지만 어째서 인류 앞에는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렇게 넓은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는 것은 나도 별로 믿기지 않는다. 태양과 비슷한 행성이 우리 은하에 200억 개나 된다고 하고, 그중에 지구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행성이 있을 확륙을 계산해 보면 우리 은하에만 백만 개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

정말로 왜 외계인이 보이지 않을까? 우주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고도로 발전된 첨단 문명이 우리가 보는 우주 위를 지나가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가정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가정 중 하나가 바로 외계문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거대한 필터를 거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은 우리가 이미 거대한 필터를 통과했을 경우이다.

생명체가 탄생한다는 것은 우리의 계산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확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필터를 통과했고 지금의 문명을 만들고 곧 있으면 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우리가 아직 어떠한 거대한 필터를 통과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온 우주의 문명들은 이 최후의 필터를 결국 통과하지 못했고 멸망한 것일 수 있다. 핵보다 강력한 무언가가 존재하고 그 기술이 활성화되는 순간, 결국 행성은 종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외계문명을 마주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지만, 나는 거대 필터 이론을 듣고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어떤 필터에 대한 생각을 했다.

우리의 이성에 대해서.




'이성'이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거대한 필터 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거대하고 위대한 문명을 개척해 나갈수록, 우리의 본능은 마모되고 한껏 날카로워진 이성만이 남아서 말이다.


우리는 어느 날부터 발전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떠올릴지 모른다.

우리가 문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외계로 나가야 할 목적은 무엇일까.

나의 종족이 온 우주로 퍼져나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자손을 번식시켜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대체 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우리 안에 있던 작은 불씨 같았던 본능이 꺼져나가고 그곳에 강철 같은 이성이 자리 잡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위의 질문들에 도저히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위대했던 문명의 외계인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자손을 번식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조용히 사라져 갔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자신의 이성에 잡아 먹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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