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작동 원리는 별을 닮았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불치의 병 앞에서 죽음으로 달려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모두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나을 수 없는 병 앞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게로 뛰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테다.
아버지는 간호사의 만류 따위 아랑곳 않고 나를 힘껏 안았다. 그러곤 깃털처럼 가벼운 자식 앞에서 잠시 휘청댔다. 마치 세상 모든 것 중 병든 아이만큼 무거운 존재는 없다는 듯. 힘에 부쳐 바들바들 손을 떨었다. 잠시 후 내 가슴께로 펄떡이는 아버지의 심장박동이 전해졌다……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뱃속에서 만난 그 박자를, 누군가와 온전하게 합쳐지는 느낌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 하나를 비로소 알아낸 기분이었다. 그건 누군가를 힘껏 안아 서로의 박동을 느낄 만큼 심장을 가까이 포개는 거였다.
-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320쪽
인간을 이루는 원자가 언젠가는 별이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므로, 우리는 별의 후예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음의 작동 원리는 별을 닮았다.
거대한 질량을 가진 별은 커다란 강한 중력을 가진다. 질량이 크고 중력이 강한 별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그러니까 인간이 별이라고 했을 때, 아픈 인간이란 마음이라는 핵의 질량이 너무 커다란 별인 것이다.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처럼.
그래서 너무 아플 때면 환자의 시간은 더욱 느리게 간다. 무거운 별의 중력은 그 인근 별의 시간까지 영향을 미치듯이, 아픈 사람의 주변인들까지 시간이 느리게 간다. 그래서 그들은 더 생생하게 고통을 겪는다. 그렇게 마음은 아플 때마다 더 무거워진다.
완치의 기적 같은 건 없다. 아름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완결이다. 얼마 뒤 우리가 볼 수 없는 페이지에서 대수와 미라의 아이, 아름이의 동생이 태어날 것이다.
아름이가 쓴 소설에서 대수와 미라의 주변을 맴돌던 바람은 아름이로 보인다. 태어나기 전, 바람이었던 아름이는 열일곱의 대수와 미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시 육체를 얻기 전으로 돌아간 아름이는 이번에도 바람이 되었을까.
대수와 미라가 청소년일 때는 머리를 스치던 부드러운 바람이란 그저 공기의 흐름일 뿐이었지만, 아름이가 쓴 소설을 읽은 대수와 미라에게 유난히 부드러운 바람은 아마 아름이의 손길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아름이의 동생에게 방금 오빠가, 혹은 형아가, 우리를 쓰다듬고 갔어.라고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아름이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만 같다. 바람이 되거나, 다시 별의 일부가 되거나…. 그렇게 생각하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가 되기 위한 준비가 된다. 물론 이 문장으로 위로받는 건 남게 된 사람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