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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13. 2023

0. 아이와 함께 영화보기

십세와 본 영화 목록.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작가를 하면서, '아! 이 영화는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다!'하는 영화의 목록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아이들과 함께 다정하게 영화관 데이트를 하는 게 로망이기도 했다. 딸 아이가 5살 무렵, 이제 함께 극장 데이트를 할 수 있을까? 드디어 로망 실현인가!  야심차게 아이 눈높이에 맞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골라 극장엘 갔는데, 그 로망은 와장창 깨졌다. 이야기 구조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우리 아이는 '위기'를 못보는 아이였다. 스토리의 위기 부분에서, 항상 관람 위기가 왔다. 


"무서워~~~" 


우리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이 위기를 멋지게 헤쳐나가고 결국엔 승리하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5살 아이에겐 위기 부분이 세상 불안하고 공포스러웠던 거다. 결국 중간에 극장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아직 극장 데이트를하기엔 어린가보다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는 어린이 연극을 보러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 근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어린이 연극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신나게 집중해서 잘도 보는데, 우리 아이는 또 쥐가 등장하는 위기 부분을 넘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모든 이야기엔, 특히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에 '위기'가 없을 수가 없는 걸...!

집에서 콩순이 같은 만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콩순이가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대목에선, 마치 자기가 혼날 것 같은 기분이 드나보다. 그나마 아기 때부터 봤던 뽀로로에서, 크롱이 귀여운 사고를 치는 장면 정도는 긴장하며 손 불끈 쥐고, 눈가리고 꺄악 소리를 지르며 보곤 했다. 하하. 이런 아이와 무슨 극장 데이트인가!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아이의 나이가 드디어 두 자리수가 되었고, 십세의 아이에겐 나름의 취향이란 게 생겼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아이맞춤형 영화를 선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도 아주 조금씩 좋아하는 영화의 목록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딸은, 비현실적이며 모험 가득한 애니메이션보단, 잔잔한 스토리의 공감 드라마를 선호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판타지와 모험으로 그 장르와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여전히 이야기의 위기 부분에선 꺄꺄 호들갑(!)을 떨어대지만, 재밌게 즐기는 정도가 된 것 같다.


그리하여, 십세 아이와 함께 봤던 영화에 대한 리뷰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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