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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코믹 Nov 02. 2022

그날이 찾아오기 전

2008년 금융위기 (2)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2007년 경을 기점으로 주택 시장은 삐걱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지적한 문제의 시작은 잘못된 주택 대출이었다. 금융 회사들은 흥분한 나머지 상환 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도 않고 부적격한 사람들에게까지 대출을 해 주었다. 지난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이때 등장하는 용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다. 미국에서 흔히 신용등급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가장 신용이 높은 프라임(Prime)과 중간 단계 신용 등급인 알트 에이(Alt-a)가 있고 마지막으로 신용 등급이 가장 나쁜 서브프라임(Subprime)이 있다. 이 신용 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에게까지 무분별한 대출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 대출 중에서 서브프라임 등급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밖에 되지 않았다. 더구나  서브프라임 등급이면서 이자율 변동에 민감한 변동금리 대출은 전체 대출의 8%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의 경제와 세계 경제를 집어삼킬 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이 많지도 않았다. 그런데 시장은 붕괴하였고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이유는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존 Fed의 등장을 다루는 글들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갑자기 맡긴 돈을 찾으려 한다면 아무리 건전한 은행이더라도 화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은행들이 여럿 망가지면서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고 사람들은 돈을 빌리지 못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줄줄이 도산한다. 

갑자기 사람들이 돈을 찾으러 오는 바람에 파산할 위험에 빠진 은행들에게 누군가가 나타나 돈을 빌려준다면 위험은 무사히 지나간다. 이 역할을 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중앙은행이다. 


대공황을 겪은 이후 1933년 미국은 입법을 통해 미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를 설립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예금보험과 같은 제도인데 은행이 망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정부가 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혹여나 자신의 돈을 못 받게 되지 않을까 해서 갑자기 돈을 찾으러 오는 뱅크런은 그 후로 사라진다. 그래서 기존의 임무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미국 연방은행(Fed)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이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규제와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었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중앙은행은 급한 상황에 시중 은행들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었다. 그래서 시중 은행들은 정말 상황이 급박하다면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권리는 법에 의해 시중 은행으로만 한정된다. 마찬가지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예금 보험을 받을 수 있는 금융 기관들도 전통적인 시중 은행에 국한된다. 이런 혜택을 받는 동시에 시중 은행들은 이들로부터 적절한 규제를 받는다. 과도한 대출을 금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적절한 규제를 통해 정부는 은행들로부터 금융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규제가 생기면 늘 규제를 피하는 방법을 찾는다. 시중 은행에서 벗어난 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러한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한다. 이렇게 정부 기관들의 보호와 규제로부터 벗어난 금융 시장을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라고 한다. 지난 글에서 보았던 투자은행(Investment bank)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람들은 그림자 금융을 통해 기존 전통적인 은행을 거치지 않고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Repo라는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은행에서 돈을 차입하는 대신, 특정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가령 회사가 돈을 빌리려고 할 때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인 주택 대출 100만 원을 담보로 60만 원만큼 돈을 빌렸던 것이다. 

특히 repo라는 시장은 초단기 대출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돈을 빌리는 방법은 짧은 기간 동안 돈을 빌리는 방법과 긴 기간 동안 돈을 빌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긴 기간 동안 빌리는 이자가 더 비싸기 마련이다.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빌려주는 것이 더 위험부담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 기간 동안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저렴하게 돈을 빌리는 방법이 있다. 짧게 빌린 후에 이를 계속 연장하는 것이다. 가령 10년 동안 돈을 빌리는 이자가 더 비싸기 때문에 1년 동안 돈을 빌리고 만기가 다가오면 대출을 계속 연장하는 것이다. 


여러 기업들은 이러한 방법을 생각했다. repo 시장에서 기업들은 자신의 자산을 담보로 초단기간 돈을 빌렸다. 그리고 만기가 올 때마다 계속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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