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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인수 Dec 02. 2021

이상의<이상한 가역반응>과
프랑스여인-2

<異常한 可逆反應>TEXT로 본 李箱과 프랑스 女人 - 2


顯微鏡 ソノテハ人工自然ヅク現象サレタ

현미경 그밑에있어서는인공도자연과다름없이현상되었다.


마치 신(神)처럼 현미경으로 자신의 상황, 역할 그리고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자, 건축으로 만든 인공환경과 주변의 자연환경을 대비하며 골똘해 있는 격이다. 

분석하려는 현미경속에 인공과 자연이 비교대상이기 때문에, 피사체가 현미경보다 크다는 특징이 있다. 

피사체가 세포나 특정물질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 싼 세계를 바라보는 창구로서 현미경을 상징적 도구와 대상으로 활용하였다. 현미경 아래서, 즉, 조물주 아래 '인공'(人工)인 건축과 ‘자연’(自然) 현상이 모두 같은 원리로 인식되었다.  


인위적 비례로 설명되는 서양건축과 비교되는 한국 자연건축을 상대적으로 인식하였다. 서양의 二分法으로 人工과 自然은 대비되는 것이지만, 한국의 철학적 원리로서 인공과 자연은 陰과 陽의 원리 같이 하나로 통합되는 원리로 포괄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원 ‘안’과 원 ‘밖’이 다르게 보일 것 같아 원 밖에 관심을 갖지만, 아마도 원‘안’과 원‘밖’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 글의 초점이 아닐까? 인위적 서구건축과 대비하여 자연을 따르는 한국건축이 서로 다른 지, 아니면 유사한 것인지 망설여 고민한 듯하다. 분명한 것은 깊은 사색의 결과를 언명한 듯하다. 



[제2 시퀀스]: 현실적 직업과 자신의 처지 



x / 午後    

 x / 그날오후


시의 후반부는 앞 내용(전반부)을 고민하던 같은 날 오후, 의주통 공사장 건축현장에서 공사감독하며 바라본 경성 시가지와 머릿속 생각을 말하고 있다. 시퀀스가 달라진 점과 장면전환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로, x 표시를 하였다. 고민의 대상이 다른 차원으로 바뀐다. 같은 날의 오후-당면한 문제를 겪는 현재-의 상황으로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수로서 일하는 중에 겪는 정신적 또는 윤리적 갈등이 자신을 감옥이나 형무소에 가둔 격으로 생각하며 진행 중이다.


勿論太陽ツテイナケレバナラナ,場所ツテイタバカリデナクソウシナケレバナラナイ步調美化スルコトヲモシテイナカツタ.

(물론태양이있지아니하면아니될곳에존재하고있었을뿐만아니라그렇게하지아니하면아니될보조를미화하는일도하지아니하고있었다.)


당연히 태양은 있어야 할 제자리에서 뜨겁게 빛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태어난 그리고 그 태양 아래서 태양의 속도에 발걸음을 맞추며, 일하느라 땀 흘리며 속도를 맞추고 있는, 협력자, 보조자(補助者)인 이상(李箱)자신에 대하여, 태양은 조금도 꾸며주거나 도와줄 생각이 없는 듯하였다. 보조(步調)를 맞추며 협력하고 있는 보조자(補助者)로 이상을 설정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은 세상을 움직이는 자연현상에 대해 인정했지만, 태양은 보조자인 이상을 아름답게 꾸며주기는커녕, 자신의 노력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양(세계)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초라함을 같이 표현 한 것으로 해석된다.



發達シナイシ發展シナイシコレヘ憤怒デアル.

발달하지도아니하고발전하지도아니하고 이것은분노이다.


이상이 대학에서 배운 일본의 건축과 일본을 통해 들어 온 서양풍(의양풍)건축, 일본 잡지를 통해서 보는 서양건축, 교과과정에 있지만 효과적으로 배우지 못하는 한국건축,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조선의 미래건축 등이 논란 대상으로 있었을 것이다. ‘나는 왜 이곳에서 이 작업을 해야 하지? 백부님은 가족의 살림을 책임지라고 나를 이곳에 취직시켰을까?’ (조선의 미래와 건축산업은) 발달하지도 아니하고 (조선의 현대건축과 건축물은) 발전하지도 아니하는 모습은 어떻게 해결할까? 이상의 개인적 고민이었을 것이다. 


‘발전'과 '발달'의 대체적 의미 차이로, '발달'(發達)은 주로 일정한 수준에 이른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건축이 일본이나 서구의 건축과 같은 현대적 건축에 이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용어 '발전'(發展)은 보다 못한 상태에서 더 나은 상태로 넘어가는 과정에 주된 비판적 의미가 있다. 즉, 중세의 건축에서 근대의 건축으로 자발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반면에 '발달'은 과정이 아닌 상태라는 점에서 '발전'과 구별된다. “정말로 화가 난다. 왜 내가 이곳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이 일을 해야만 하나. 이것은 정말로 분노를 일으킬만한 일”이라고 현실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鐵柵白大理石建築物雄壯ソテイタ

眞眞5"ばあノ羅列カラ肉體スル處分法ヲせんちめんたりずむシタ.   

철책밖의하얀대리석건축물이웅장하게서있었다

진진5"의각바아의나열에서육체에대한처분법을센티멘탈리즘하였다.


이상은 1929년 4월부터 7개월간, 의주로 전매국 공사장에서 감독관으로서 근무하였으며, 다음해 1930년 (21세) 2월 총독부 기관지 『조선』에 소설<12월 12일>을 발표하였다. 현장 밖에서 철책 너머 흰대리석 건물(의주통 전매국 건물)이 웅장한데, 주위 시가지에 비하여 대단해 보인다고 썼다. 진진하다는 형용사는 ‘많고 재미있다’는 의미로 쓰인 듯한데, 문제는 ‘진진하다’의 어근이 진진(津津)에서 진진(眞眞)으로 한자를 바뀌었다. 진진(眞眞)의 의미를, 가로, 세로를 정확한 치수로 다듬은 뜻으로 사용했으며, 동시에 “많고 재미있게” 늘어선 철책을 지칭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한 목재인 각목(角木)과 각이 진 철재(鐵材)인 각바아(角Bar)는 당시 건설현장의 주요 자재이며 각목보다 각바아가 더 귀했을 것이다. 부재의 폭이나 길이로 5"(5인치=약12.7cm)보다는 담장 부재의 간격이 “중심에서 중심까지” 5"(5인치=약12.7cm)로 나열된 철책기둥 담장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5인치 간격으로 각(角)진 철재들이 길게 (즉, 眞眞하게 늘어선) 나열되어 담장을 이룬 곳에 서서 이상이 생각하고 있다.


‘眞眞5"의角바아의羅列’의 철재 각바가 주는 이미지는 감옥 또는 교도소다. "肉體에 대한 處分法"이란 이상 자신을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둔 것이리라. 웅장한 관공서 건물이 법원이나 법을 판단하는 재판소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경성고공에서 설계 사례를 배우려 마포 감옥에 실습으로 답사 한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느낀 감정이 담겨 있다. 『조선과 건축(朝鮮と建築)』에 보면 일본 건축가가 유럽과 미국의 감옥을 시찰하고 한국에 와서 외국사례를 가지고 특별강연회나 보고서를 낸 사례가 보고 되어있다. 


아마도 조선총독부에서 의뢰하여 한국인이나 일인 범죄자를 가두기 위한 감옥시설을 늘릴 필요로 전문가가 일본에서 오고 발표를 한 것을 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빗대 길게 늘어선 담장을 쇠창살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몸은 피로하고, 마음은 감상적 기분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육체에 대한 처분이 언도나 판결이 아니라, 심리적 수준이었기 때문에 센티멘탈리즘이라는 용어가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目的ノナカシタ丈 冷靜デアツタ

목적이있지아니하였더니만 냉정하였다


일본총독부에서 진행하는 건축 작업에 애착이 없어서인지 취직해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이 설계한 건축도면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설계대로 시공되는 건물의 공사 감독을 하려니 건물에 대한 애착이나 생각이 없어서인지, 육체가 초여름 한낮 더위에 늘어지는데, 정신세계는 아무 생각이나 일 없다는 듯이 말짱했다고 고백한다.


太陽レタナカヲラシタ時 

태양이땀에젖은잔등을내려쬐었을때

ナカノ前方ニアツタ           

그림자는잔등전방에있었다 

    

태양아래 땀 흘리며 건축 현장에서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데, 등은 태양열로 뜨거워져 땀에 흠뻑 적시었다. 해가 기울면서 뒤에 있는 해 때문에 그림자는 앞에 길게 드리운다. "내가 계속 이런 일이나 하고 있어야 해, 정말!“ 그런 고백을 하는 심정으로 쓴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제3, 4시퀀스]: 제3자 입장과 일종의 알리바이 


[제3 시퀀스: 제3자의 입장들] 현재 이상이 당면한 개인적 고민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주변 사람들이 알아주기 바란다고 자술한 셈이다. [제4 시퀀스: 일종의 알리바이] 1931년 6월5일 시점에 이러한 생각에 들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이상이 모종의 알리바이(부재증명이 아닌 존재증명)를 확인하기 위한 표시로 본다. 결국 동경 행을 결심하게 되는 일자와 관련이 있게 된다. 동아일보(1931년 6월5일자)로 살펴보면, 이날은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날로 보이지 않아서, 시를 작성한 개인적 일자로 보인다.



ツタ   

사람은말하였다

あの便秘症患者はあの金持食鹽ひに這入らうとつてわるのである............저변비증환자는부자집으로소금을얻으려들어가고자희망하고있는것이다라고............ 


여기서 변비증 환자는 이상을 일컫는 말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변비에 소금과 꿀을 이용한 민간요법을 생각해냈다. 필요한 민간요법의 약은 다른 부잣집에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있는 환자로 자신을 빗댄 표현이다. 외국으로 나가려면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데 행동을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 무엇을 상징하거나 지칭하기 위하여 ‘부자집’으로 표현했는지 추가적인 분석이 요망된다. 


1931.6.5     

 

“직선은원을살해하였는가”(直線ハ圓ヲ殺害シタカ)를 외친 시점, 주위 환경을 뚫고 외국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든 때가, 1931년 6월5일이라는 일종의 현장존재증명(알리바이 반대개념)을 확인해 보는 대목이다. 결국 일본에 오기로 한 프랑스 여인의 소식을 확인하고 변동림과의 결혼생활도 유보한 채, 그의 재활(?)을 기대하는 가족과 친구를 멀리하고, 1936년 10월 17일 동경으로 뚫고 나가기는 했으나, 그 여인은 약속대로 후에 동경에 도착했으며, 이상은 그녀가 도착하기 전 동경에서 병으로 쓰러진다. 

  

이상한 가역반응 이 실린 ‘조선과건축’ 잡지 1931년 6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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