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 글 01
‘여러분은 지금 식당에서 친한 친구 3명과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일행 두 사람이 떠들면서 들어와서는 여러분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부딪혀 접시를 엎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깜작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사이, 함께 식사를 하도 있는 A는 화를 내면서 “뭐 하는 거야!’하면서 그 두 사람에게 분노를 표시할지도 모릅니다. B는 ‘에이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라고 하면서 옷에 떨어진 음식 찌꺼기를 털어 낼지도 모릅니다. C는 ‘이런 사달이 안 일어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할 뿐 불안한 듯 외면하고 말지도 모릅니다.
동일한 상황인데도 모두 대처방식이 다르고 이런 차이가 이번 사건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시비를 잘 거는 A. 이해심이 많은 B, 어른스러운 C, 그리고 침착한 것처럼 보여도 마음속으로는 경직되어 있는 나,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대응방식이 제 각각이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있을 것입니다. 성질 급한 사람이 느긋한 사람을 보면 ‘저래 가지고 어떻게 계속 나타나는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느긋한 사람이 보면 왜 그렇게 바쁘게 설쳐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급한 사람은 시간을 지킴으로써 다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느긋한 사람은 ‘뭐 저 사람은 원래 천하태평이니까’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식됨으로써 다른 사람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지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고, 그 행동방식은 그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일관적으로 나타난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그것을 성격이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성격을 이해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가족, 친구, 상사 등 다른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여 원만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상대가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분노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나에게 화를 내더라도 ‘에이 뭐, 저 사람은 별 것 아닌 것도 화를 내는 사람이니까’라고 별로 신경을 안 쓸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이 상처를 입기 쉬운 사람이라면 말을 가려서 대하려고 하겠지요. 이처럼 성격 예측만이 아니라 아무리 해도 친해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성격을 의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또, 여러 가지 성격(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하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의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은 전부 연결고리가 있어서 노력하면 이해할 수 있다 라는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이고, 그런 노력은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또 하나는 자신과는 다른 유형의 사람도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상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자신의 성격은 어떤 것일까요? ‘좀 더 솔직해진다면’ ‘좀 더 참을 수 있으면’, 저 사람처럼 다른 사람과 밝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좋을 텐데’라고 고민하거나 ‘어쩔 수 없이 나는 이런 성격이다’라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성격은 변하기 어렵다고 느끼고 또 그 상황에서 이렇게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한 행동을 억누르기도 하고, 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등 생각대로 되지 않는구나 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나아가 그런 싫은 구석이 있는 나의 성격인데도 그런대로 친구나 가족으로서 받아들여주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격은 좀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성격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성격이라는 것은 아주 편리한 개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격이라는 단어를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합니다. 자주 지각하는 사람을 보면 ‘느긋한 성격이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성격을 알아내는 것은 사이좋은 친구에 대해서 만은 아닙니다. 처음 만났는데도 상대방이 나를 보고 쾌활하게 웃고 있다면 (설사 그 사람은 원래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이 쾌활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처럼 단지 한 번 밖에 안 만난 사람에 대해서도, 나아가 소문으로 듣거나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격을 예측합니다.
일상생활 중에 사용하는 ‘000의 성격’이라는 개념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 000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 낸 이야기일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진실과 일치될 경우도 있겠지요.
따라서 우리가 모임의 선배와 000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을 때 선배는 ‘000은 남자답고 참을성이 많아서 모두에게 마음을 쓰는 사람이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000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좀스럽고 소심하다’라고 할지 모릅니다. 성격이란 상대방과의 관계와 그 상황에서의 맥락,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면이 있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느긋한 사람이 집에서는 성격 급하고 독선적일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자기’를 관계적 자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봐서 그 사람의 행동 경향이 눈에 뜨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나에게 보이는 000의 성격, 선배에게 보이는 000의 성격, 000의 어머니에게 보이는 000의 성격에도 깊이 들어가 보면 무언가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경향으로서 보면 갓 태어난 아기에게도 성격이 있고, 부모 자식 간에 성격이 닮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성격에는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득적으로 본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개인에게 나타나는, 시간과 상황을 넘어서서 어느 정도 일관된 행동 패턴의 개인차’를 성격의 정의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성격에 대한 정의에는 동의를 하더라도 성격에 관한 심리학 이론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는 과학적, 학문적 기반이 취약한 것도 있고 오히려 사회적 편견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성격에 대한 심리학적 정의에 기초하여, 특히 대인관계 측면에서 성격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