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대방의 차이-개인차: 성격 이해하기- 글 02
옛날부터 어째서 사람에 따라 행동에 차이가 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이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Aristoteles; 기원전 384~322)의 제자인 테오프라스토스(Theophrastos, BC 372? ~ BC 288?)는 《성격론(性格論) Ethicoi Charakteres》이라는 책에서 ‘오랜 옛날부터 자주 생각을 바꾸는 것은 불신감으로 받아들여져 왔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말은 ‘대체로 그리스 본토는 동일한 기후를 가지고 있고 모두 동일한 교육을 받고 있는데 도대체 왜 사람들의 기질은 동일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하였습니다. 이 의문에 대하여 ‘딴전 부리기’ ‘아첨하기’ 등 30가지에 달하는 사람의 특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후와 교육이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원인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만 다른 것을 원인으로 고려한 사람도 있습니다.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199)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7년?)의 체액론, 즉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4 체액론에 영향을 받아 이 4가지 체액이 인간의 기질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4가지 체액 중 어느 것이 많으냐에 따라 담즙질(급한 성질), 다혈질(민첩하고 낙천적인 사람), 우울질(슬픔), 점액질(그저 냉담)로 나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눈에 보이지 않는 체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인상으로 사람의 성격을 추론하고자 하는 시도도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람과 동물 사이에 유사성을 발견하여, 특정 동물과 유사성이 높으면 그 사람의 성격도 그 동물과 유사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인상학이라고 하는 이런 생각의 원조는 아리스토텔레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이처럼 외면에서 사람의 성격을 유추하는 방식은 머리의 요철(예, 후두부의 아래쪽이 튀어나와 있는 사람은 끔찍한 자식사랑)로부터 개인의 특징을 이해하고자 한 18세기의 독일 출신 해부학자 프란츠 요제프 갈(Franz Joseph Gall)의 골상학이나 체격(비만형, 세장형, 투사형)과 성격의 관계에 대하여 통계적으로 검토하고자 한 20세기의 의사 크레취머(E. Kretchmer)와도 연결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 이제마(李濟馬, 1837년 ~ 1900년)의 사상체질도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체액, 머리 형태와 성격의 관계는 현재 심리학에서는 인정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처신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 그리고 그 차이의 원인은 무엇인가 라는 문제의식은 현재 심리학과도 연결되는 문제입니다.
이처럼 인격학은 현대 학문으로서 심리학이 탄생되기 전부터 존재하였지만 이 인격학이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의 탄생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격학이 심리학에서 다루어진 것은 학문으로서 심리학이 생성된 다음의 일입니다.
심리학은 1879년 분트(W. M. Wundt, 1832~1920)가 독일의 라이프치히 대학에 심리학 실험실을 창설한 것을 기원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는 성격이나 개인차는 심리학의 주 연구분야가 아니었습니다. 분트는 내성법과 반응시간 연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서 마음을 주시하는 내성법(內省法: Introspection, 자신의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관찰, 자기의 내부 성찰법)을 이용했습니다. 내성법은 다른 사람의 마음은 주시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방법을 통해 분트는 심리학이 물리학이나 생리학과는 다른 독자성을 갖고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분트의 내성 연구 중 하나인 [사람은 동시에 몇 개의 관념을 가질 수 있는가?]를 조사하는 실험의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Leahey, 1980).
피험자에게 4X4, 16 매트릭스 각각에 하나의 알파벳이 쓰인 것을 잠깐 보여주고, 그 후 어떤 알파벳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분트에 의하면 이 조건에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관념의 개수는 4개였습니다. 다음 분트는 4알파벳으로 구성된 단어를 4개 제시하고 나서 다시 한번 어느 정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러자 이 경우도 3~4개(즉, 알파벳으로 하면 12~16알파벳)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분트는 복수의 요소가 모여 하나의 관념이 되면, 사람은 그것을 하나의 요소로 인식한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반응시간 연구는 예를 들어 빛의 색을 판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할 경우, 변별 반응시간(변별 과제에 응답하기 위해 키를 누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단순 반응시간(그냥 빛을 지각했다고 응답하기 위해서 키를 누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를 색의 변별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연구의 특징은 실험에 참가시킨 사람이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일반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일반적인 현상의 기술을 하고자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당시의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일반 사람에게 공통적인 측면이 중시되었기 때문에 개인에 따른 내성적 관찰의 차이나 반응시간의 편차는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분트 자신도 개인차에 대해서는 적지 않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반응 경향의 개인차를 지적 요소(기억, 상상, 悟性: 지적 사고 능력)와 정의적 요소(정서적 소질: 기질, 의지적 소질: 성격)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지적 요소는 소위 지능에 가깝고, 정서적 요소에 관해서는 칸트의 주장을 인용하고 나아가 갈레노스(Claudios Galenos, 129~199)의 체액설 4가지 성격유형인 담즙질(급한 성질), 다혈질(민첩하고 낙천적인 사람), 우울질(슬픔), 점액질(그저 냉담)을, ‘감정의 강도’와 ‘감정 변화의 속도’라는 2차원의 4 상한으로 표현했습니다.
감정의 강도라는 것은 감정적 흥분이 강한 사람, 약한 사람의 축이고, 감정 변화의 속도는 감정이 변하기 쉬운 사람과 변하기 어려운 사람의 축입니다. 다른 한편 의지적 소질은 의지에 따라 심사숙고하거나 판단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쳐 행동하는 행위의 개인차를 말합니다.
마음의 기능 가운데 개인차에 특히 주목한 연구자도 등장했습니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프란시스 갈톤(Francis Galton, 찰스 다윈의 사촌, 1822-1911)은 부모 자식과 쌍둥이의 행동을 관찰,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여 ‘우리들의 행위를 만들어 내는 성격(갈톤은 character라 함)은 명확하게 영속적인 무언가가 있고 게다가 측정 가능하다(Galton, 1884)’라고 지적하면서 정동에 따라 발생하는 생리반응을 측정함으로써 개성을 측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분트에게서 배운 미국의 카텔(J. M. Cattell, 1860~1944)은 갈톤의 영향을 받아 이 개인차에 착안하여 Mental Test라는 명칭으로 선을 이등분할 때의 정확도, 시간 판단의 정확도, 구두로 문자를 기억하는 정확도 등을 측정하여 이것으로 개인의 지능을 측정하려고 했습니다.(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카텔이 측정하고자 했던 것은 측정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