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생각의 차이
10년 넘게 근무한 장기복무자가 어느 날 갑자기 전역지원서를 낸다고 했을 때 동기 및 선후배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대부분 긍정적인 응원보다는 걱정 섞인 부정적인 말이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봐!"
"나가서 잘할 수 있겠냐?"
"요즘 사회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왜 하나 같이 부정적인 말만 하였을까? 10년 넘게 근무한 장기복무자가 순간의 충동으로 전역지원서를 내지는 않았을 터, 그리고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마음가짐과 추진력의 문제일 것이다. 내가 전역지원서를 냈을 때가 38세였는데, 38년을 살아오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언제 호황기였는지 잘 모르겠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사회가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나를 걱정해 주는 동료들의 마음은 감사했지만 나의 결심을 바꿀만한 계기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동료의 새 출발을 응원해주지 못하고 걱정부터 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전역했던 선배들 중 성공한 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한 분도 계셨겠지만 현역 때보다 힘들게 살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나도 적지 않게 들었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잘 안 돼서 직장을 알아보거나 운전직, 보안직, 건설현장 등 오히려 현역 때보다 더 힘들게 생활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다.
먼저 전역한 선배들의 잘 안된 이야기만 듣다 보니 '군대 밖은 위험하다'와 같이 부정적인 무의식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도 괜히 전역했다가 저렇게 되는 거 아냐?"하고 말이다. 부정적인 무의식은 도전하고자 하는 자신감도 뺏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속으로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머리에서는 그와 반대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이 부분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빨리 전역하라!"라고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지금 당장 전역하지 마라!"이다. 나와 군생활을 같이 했던 동기 또는 후배가 전역을 한다고 하면 어떤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물어볼 것이다.
100% 충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전역하여도 방향을 읽고 헤매는 경우가 있다.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여기서 빠르게 방향을 다시 잡고 나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때부터 끌려다니는 삶을 살게 된다. 안정적인 삶과 멀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전역 후 2년이 넘는 시간을 끌려다닌 이유가 이 때문이다.
끌려다닌다는 말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생계유지였다. '군대 밖은 위험하다'를 "군대 밖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로 바꿀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무턱대고 전역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이 자신감은 전역 후 목표를 향한 확신이 섰을 때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