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밖 세상으로의 첫걸음
'국방부 취업박람회'는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전역을 결심했을 때 사회에서 하고자 했던 직업은 ‘전원주택 컨설턴트’였다. 이쪽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던 지인이 있었기에 전역 결심이 수월했다.
하지만 전직지원교육 기간이 될 무렵 상황이 복잡해졌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한 기류에 전원주택 시장도 침체하면서 지인도 영향을 받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가족과 함께 민간 창업박람회에 참석해 보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곳은 없었다.
얼마 뒤 “국방부 취업박람회에서 인사드렸던 ○○입니다. 본사에 방문하여 사업 소개를 다시 받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직지원교육 입교 10일 전에 국방부에서 주관하는 ‘전역 예정 장병 취업박람회’에서 상담받았던 업체였다.
당시에는 진로가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계획된 일정이 없었기에 가족과 업체를 방문하였다. 제대군인지원센터와 연계된 업체라 그런지 본사 내부에는 업체 대표가 군 관련 행사에 참석하여 촬영한 사진도 걸려 있었고, 창업 교육을 받고 있는 군 선배도 있었다.
업체 대표는 교육장을 소개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물었다.
“사장님은 월 수익 얼마면 만족하시겠습니까?”
“500만 원 이상은 벌어야죠!”
“500만 원 벌어서 되겠습니까? 교육 수료하고 창업한 제대군인들은 기본 월 700만 원 이상은 다 가져갑니다. 노력에 따라 1,000만 원도 가능합니다.”
미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업이지만 수입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결정적으로 군 위탁교육 기관이었기 때문에 사기당할 일도 없다고 생각되어 고심 끝에 가족을 설득하여 가맹 계약을 하였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교육은 약 2개월 정도 지날 무렵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본사에서 교육받고 창업한 제대군인이 유튜브에 나와 ‘본사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며 부정적인 언급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본사에 해명을 요청하였더니 대표는 해당 제대군인 가맹주에게 전화하여 게시물을 삭제하게 하고 직접 찾아가 주의를 주고 온 뒤 교육 중인 가맹사업주들에게는 별거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본사와 가맹사업주 간에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사그라들었다.
오픈할 매장을 얻어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하여 큰 공사를 제외한 벽면 페인트칠, 바닥 에폭시 시공, 칸막이 작업 등 셀프로 할 수 있는 인테리어는 직접 진행하던 시기였던 터라 더욱 혼란스러웠다. 얼마 후 또 한 번의 이슈가 발생했다.
본사에서 장비가 도착하였는데, 1,000만 원 가까운 장비 구매비용치고는 한눈에 보기에도 형편없는 장비뿐이었다. 심지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던 공구가 누락된 것도 있었다. 동일한 장비를 받아야 하는 가맹사업주 교육생들도 소식을 듣고 허탈해하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특히 정비병과 출신 선배가 지인을 통해 장비 리스트에 있는 공구 견적을 알아본 결과 1개 품목에서 200만 원 넘게 차이 나는 공구도 있었다.
본사에서는 "개인이 구매했다면 더 비싸게 구매했을 것이다.”라며 “마진 남기지 않고 저렴하게 주었다”라고 하였으나, 견적 비교목록을 제시하자 “본사도 남아야 하지 않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비구매비 책정 금액을 상세히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오히려 장비 구매비를 입금하지 않은 가맹사업주들에게 “계약위반으로 책임을 묻겠다.”라고 위협하였다.
본사의 횡포에 가맹사업주 모두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였다. 그리고 하나, 둘 밝혀진 문제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대표라고 직함을 보였던 사람은 바지 사장이었고, 실제 대표는 그의 아내였다. 가맹계약 시 정보공개서는 허위였으며, 교육과목에 있던 과정 일부는 현행법상 불법이므로 필요시 관할 지자체에 신고 후 허가받아야 함에도 이런 중요한 부분을 고지하지 않았다.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리고 싶었지만, 매장까지 얻어 인테리어 공사까지 끝나갈 무렵이었기에 예정대로 오픈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본사의 도움 없이 홍보물 제작부터 오픈 이벤트까지 준비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퇴직금과 대출로 시작하는 첫 번째 창업이었기에 매 순간이 절실하였다. 한 달에 절반은 집에 가지 않고 매장에서 숙식해 가며 기술을 연마했다.
하지만, 영업은 나아지지 않았고 주변 동종 업체도 가게를 내놓고 빠져나가는 분위기였다. 첫 사업을 축하해 주신 모든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30년 넘게 자영업만 하신 부모님께서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서는 빠른 결단밖에 없다고 조언해 주셔서 싼값에 매장을 넘기게 되었다. 5천만 원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12년 군 생활로 얻은 퇴직금은 그렇게 6개월 만에 날아갔다.
본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받았음에도 가맹사업주들에게 가맹금을 반환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2019년에 이 일이 발생했음에도 2020년도에도 군 위탁교육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업체가 어떻게 국방부 취업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는지 말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신중하게 생각하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가맹본부의 등록 여부나 정보공개서, 가맹본부의 법 위반 여부 등을 공개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해당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이트를 참고하면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