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사는 일
산책에 대하여..
가끔 비누의 발이 뜨거울까, 발이 너무 시릴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거의 매일 산책으로 단련된 비누의 단단한 발바닥은 바깥 생활에 맞게 아주 튼튼하며 맨발로 걷는 것은 강아지의 길어지는 발톱이 알맞은 길이를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산책은 자연스럽게 강아지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물론 극한의 추위와 더위 속엔 산책 가지 않습니다.
비누와 저는 언제나 의논을 통해 산책 나가는 일정과 코스를 결정합니다.
“산책 갈까?”
비누는 꼬리펠러로 대답을 합니다.
산책은 강아지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생활입니다.
하루에 여러 번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는 대신 매일 산책을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비누의 컨디션만 좋으면 우린 산책을 나갑니다.
어릴 땐 통제와 훈련이 필요하지만 이젠 여유롭고 천천히 그 속도를 비누에게 맞춥니다.
“매너를 장착한 산책 13년 차거든요!”
우리 비누는 사람 아가들을 보면 제 옆에 딱 붙어서 걸음을 멈추고 지나가길 기다리며 절대 짖지 않습니다. 물론 자신에게 낯선 이 가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는 깍쟁이라 그렇기도 합니다.
비누는 혼자 산책 갈 수 있었다면 충분히 그랬을 똑똑이 강아지이지만 혼자선 갈 수 없으니까요..
“제일 좋아하는 일이 혼자선 절대 못하는 일이라면 얼마나 슬플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제 컨디션 따위는 문제가 안됩니다.
때론 아주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일으켜 산책을 나갑니다.
강아지의 발걸음과 탐색과정에 발맞춰야 하는 산책은 사람에겐 운동이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엔 어느새 마음이 운동되어 스르르 몸이 가벼워지며 머리가 맑아지는 힐링을 경험하게 됩니다.
신기한 건 저의 상태가 너무 안 좋은 날엔 절대 나가자고 보채지 않아요.
우리 비누는 정말 섬세하고 스윗(sweet)한 강아지예요.
강아지와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건 최고의 행운입니다.
아파트란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자면 돌아와 발을 꼼꼼히 씻거나 목욕을 해야 해요.
처음의 경험이 잘못되었는지 비누는 물에 들어가는 걸 싫어해서 씻기기가 아주 힘들죠.
그러니 우린 매일 즐거운 산책과 매일 전쟁 같은 발 씻기를 합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중요합니다.
처음에 사람인 우리의 준비가 안되었던 것이 문제였지 비누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평생을 아가처럼 살아야 하는 강아지를 키우려 할 땐 충분한 생각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강아지가 사는 동안 평생 끼니를 챙겨주고, 똥을 치우고, 매일 산책할 시간을 내야 하고, 씻겨주어야 하고, 때론 병원에 데려가서 큰돈도 써야 합니다.
가족의 병원비나 자식의 학원비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가족이니까요.
우리 착한 비누는 건강한 편이었으며 용돈도 필요 없다고 했어요.
(음.. 제가 비누에게 말한 적 없는데 집안 형편을 알았나 봐요..)
여러 가족과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생기고 그런 거지 뭐 별다른 가요.
우리는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작고 특별한 가족과 함께 사는 겁니다.
다만, 우린 서로 소통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뿐이죠. 짖고 말하지만 이젠 서로 좀 알것 같기도...아닐까요?
우리 가족이 비누와 살기 전에 충분한 강아지에 대한 이해와 훈련법을 알았더라면 비누가 발 씻기를 힘들어하지 않고, 산책도 더 많이 다니며 더 즐거웠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발 씻기 전쟁을 하지만 우린 제법 잘 지냅니다.
- <비누를 쓰다. 그 처음>에 꼭 하고 싶은 말 -
반려 동물인 강아지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의 준비가 안된 문제를 강아지의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어린 강아지는 엄마 품을 떠나는 순간 철이 들고, 그 모습 그대로 나이 들어갑니다.
강아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첫 주인만 바라봅니다.
나만 바라보는(바보) 사랑꾼인 강아지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해 주세요.
가족을 버리지 마세요. 제발..
산책 시 필수품 : 목줄. 배변처리봉투, 휴지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