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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Mar 13. 2024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현대에 결핍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결핍은 정신병을 야기한다. 부정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정신병은 불치병이 아니다.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면 앓고 회복할 수 있는 병이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모두 정신병을 앓고 있다.

재열은 환영을 보고

해수는 성적 트라우마를 겪고

수광은 틱장애를 앓고 있으며

소녀는 불량청소년이다.


 이들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이 작품의 기획의도 또한 '특이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정말 특이한 사람들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세상에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 있을까?

평범함이라는 사회적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며 그 어떠한 결핍도 불안증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걸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들 감정의 모양도 관계의 형태도

언어로 정의되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


 재열은 강우를 본다. 강우는 재열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환영이다. 재열은 강우를 지켜주고 보살피고 사랑해 주며 과거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해 갔다. 비록 현실회피이며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원망이었을지언정 재열은 그렇게 스스로 다독였다.


 사람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해수는 재열이 현재에서 살 수 있게끔 강우를 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쉽진 않았지만 재열은 그렇게 강우를 보낸다.


재열이 강우를 보냈다고 해서 쓸쓸해지진 않는다.

재열의 옆엔 해수가 수광이 동민이 있다.


 해수는 어릴 적 우연히 본 엄마의 외도로 성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300일이 다 되어갈 동안 잠자리를 갖지 않았고 남자친구는 바람을 핀 사실을 들켰지만 되려 당당히 이렇게 말한다.


'내가 정상인지 네가 정상인지

세상사람들한테 물어보자'


 자신이 사회가 말하는 ‘평범’과 다르다는 걸 아는 해수는 그 말에 상처를 받는다. 우린 모두 사회적 기준이 무엇인지 안다. 가끔은 그 사회적 기준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어느 나이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루어야 ‘실패’ 하지 않은 인생인지도 안다. 그러나 사회적 기준만을 쫓으면 나는 '내'가 아닌 '사회인'으로만 기능하게 된다.


 해수가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다들 한다고 해서 누군가의 여자친구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해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나로서 기능하게 돕는 것은 사랑이다.

나의 결핍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줄 사랑.

안쓰럽게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사람.


 재열과 해수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이다. 재열은 강우를 해수는 불안을 모조리 솔직하게 서로에게 털어놓고 서로를 오롯이 받아들이며 애정으로 감싸 안아준다. 그렇게 재열과 해수는 사랑한다.


다 괜찮다.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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