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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Apr 19. 2024

인간은 인간이다

책 「인간실격」 다자이오자무 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감동하는 사람과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한다. 필자는 후자였다. 시대를 감안하고서라도 작가의 여성관이 불쾌했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자기 연민을 반복하는 것이 질려서 보기 불편할 정도였다.


필자는 요조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비열하고 치사하고 찌질한 ‘인간’


 인간실격은 요조라는 인물의 일생을 자전적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이다.


 요조는 어려서부터 우울감을 많이 느꼈다. 그렇지만 사회에선 어린아이의 우울함은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익살’이란 가면을 쓴다. 아버지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요조는 자신의 익살로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요조는 성인이 되고 부유한 집안의 아들임에도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한다. 그러나 다른 동지들에게는 자신이 그들이 저항하는 기득권임을 깨닫는다. 결혼을 하고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발견하지만 숨어서 지켜보기만 하고 오히려 아내를 전처럼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마약과 매춘을 지속하다 27살의 나이에도 머리가 하얗게 세버린다.


 요조는 인간이길 거부한다. 자신에겐 ‘인간다움’이 없으니 인간이길 실격당한 생명체라고 스스로 정의하며 인간으로서의 삶을 끝내려 한다. 스스로 인간다움이 실격당했다면서 자살을 시도하지만 혼자 죽는 것은 두려워 애인과 함께 자살시도를 하고 본인만 살아났으며 그렇게 살게 된 본인을 또다시 혐오한다.


 요조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타인의 고통, 타인의 감정, 타인의 생명까지 모두 그저 자신의 고통과 고난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이런 요조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끝까지 연을 놓지 않았던 형도 이해할 생각이 없는 그는 그저 본인만 알고 본인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일 뿐이다.


 본인은 ‘인간다움’을 실격했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도 인간답다. 오히려 본인만을 인간으로 생각하고 타인도 본인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조가 느끼는 감정은 모두 인간이기에 느끼는 감정이다.


이기심, 자기혐오, 자기 연민, 우울, 슬픔, 두려움


 이런 고차원적 감정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다.  동시에 인간은 이 감정을 극복해 낼 수 있다. 그저 여기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불쌍하고 안타깝게 여기며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직면하고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그럴 수 있는 힘을 모든 인간은 갖고 있다. 이를 외면하는 것도 그저 나약한 인간이기에 선택한 길이다.


 인간은 자유를 바탕으로 감정과 이성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자유, 감정, 이성, 주체성을 잃었을 때 우린 인간답지 못하다고 말한다. 이 네 가지 중 그 무엇도 잃지 않은 요조가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기만이다. 현대의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이 네 가지의 권리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싸워왔다. 2024년인 지금도 지구의 곳곳에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인간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1920년에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었던 요조의 이야기는 그저 자아도취 부잣집 아드님의 투정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인간이다.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다. 우리는 모두 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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