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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May 27. 2022

외로움을 참아내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들에게

영화 「Her」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AI, 메타버스, NFT 등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가 기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퍽 서럽게만 느껴진다. 세상은 변하는데 나만 홀로 남겨진 것 같아 혼란스럽다. 분명 문명의 이기를 누구보다 누리고 있음에도 말이다.


 영화 「Her」에는 이런 아이러니한 심리가 잘 드러나있다.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편지 작가이다. 고객들을 대신해서 마음을 전달해 관계를 발전시켜주지만 정작 본인은 아내와의 별거 후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는 핸드폰에 의존해 살아간다. 그에게 핸드폰은 습관이다. 길거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습관처럼 인터넷 기사를 읽고 메일을 확인하고 유명 연예인의 섹시 화보도 잠깐의 흥미만 이끌 뿐 그의 삶에는 자극이 없다.


 참 차가운 세상이다. 카페에서 마주 앉아 있어도 대화보다는 핸드폰을 바라보는 게 익숙해지고,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전화 공포증'이 유행한다. 전화 공포증은 전화보단 메신저로 연락하는 게 더 편하며 전화를 공포스럽게 느낀다는 증후군이다.


 심심한 그래서 우울한 삶을 살아가던 테오도르는 우연한 기회로 인공지능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전보다 생기 있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사만다가 알 수 없는 오류로 사라지게 되고 자신과의 감정적 교류를 이뤘던 사만다가 사라지게 되자 테오도르는 무너진다.


그러나 사만다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감정적 교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인공지능의 감정 서비스를 인간이 착각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인간이기에 착각을 한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착각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우리는 왜 외로움을 느낄까.


 나 때문이다. 나를 외롭게 만드는 것은 나다. 주변을 이루고 있는 다정을, 친절을,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스스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이 쌀쌀하고 컴컴한 이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단순하다. 느끼면 된다. 이름 모를 낯선 이들의 친절을,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이 사회의 다정을.


 테오도르도 느끼지 못했다. 사무실 경비직원의 안부인사에 담긴 다정을 오지랖이라 치부했고 윗집 부부의 친절을 껄끄럽게만 여겼다. 누군가의 친절이 오지랖 같고 누군가의 다정을 껄끄럽기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생각을 아주 조금만 비틀어보면 세상을 향한 시선이 뒤바뀐다. 시선이 바뀌면 나도 친절을 다정을 사랑을 베풀 수 있다. 친절, 다정, 사랑은 민폐가 아니다.


 물론 살다 보면 친절하지 않은 사람, 다정하지 않은 사람,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사람들의 다정, 친절, 사랑을 갈구하는 것보다 지금 나에게 전해지는 다정, 친절, 사랑을 끌어안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참 바쁜 세상이지 않는가 효율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랑을 하면 사랑이 온다.

다정하면 다정이 오고 친절하면 친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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