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브 Aug 10. 2022

친절한 찬욱씨

영화 「헤어질 결심」


 찬욱 씨가 친절해졌다. 탐미주의자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은 천만 감독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내비치며 헤어질 결심을 발표했다.


 이번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은 미장센, 메타포, 복선 등 영화적 요소를 대놓고 활용하며 관객들에게 한없이 친절해졌다. 특히  메타포는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며 영화를 곱씹고 또 곱씹게 만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매료되게 하였다. 필자 또한 일상에서 해준과 서래가  문득 떠올랐고 이렇게 약 한 달 동안 해준과 서래를 필자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결심이란 단어가 비장해 보일지라도 우리는 매 순간마다 결심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 일어나겠다는 결심.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겠다는 결심. 우리 일상의 사소한 행동 하나도 모두 '결심'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감정은 '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감정이기도 행동이기도 한 이 단어는 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모르는 순간에 불가피하게 사고처럼 찾아온다. 해준은, 서래는 서래 남편 기도수의 죽음을 조사하는 형사와 피의자로 만나 서로 사랑하게   알았을까? 피의자에게 초밥을 제공하고 식사를 마친  마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한마디 없이 뒷정리하며 손발이 척척 맞을지. 미묘하게 서로가 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지 알았을까.


 사람들은 자신과 결이 같은 사람에게 끌린다. 단적으로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이성에게 끌린다는 속설이 있다. 서래와 해준의 결은 꼿꼿함이다. 해준은 꼿꼿하게 살아왔다. 직장에서는 실적을 인정받으며 아내의 성관계 요구에도 착실하다. 서래 또한 자세가 꼿꼿한 사람이다. 신체의 자세뿐만이 아닌 세상을 대하는 자세 또한 꼿꼿하다. 남편의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꼼꼼하고 세심하다. 흔들리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꼿꼿한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면서 붕괴된다. 청렴결백하며 사건을 명백히 조사해 밝혀내는 형사였던 해준은 서래가 남편 죽음의 범인이었던 것을 알게 되자 서래를 구속하지 않고 눈 감아준다. 증거가 담긴 핸드폰을 바다 깊숙이 빠뜨리라는 말과 함께.


 서래가 진범인 걸 알게 된 순간, 그럼에도 서래를 감싸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해준은 서래와 '헤어질 결심'을 한다. 이는 곧 '사랑을 끝내려는 결심'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13개월 동안 보지 못한다. 그동안 해준은 아내가 있는 이포로 전근했고 서래는 임호신이란 남자와 결혼했다.


 해준은 서래와 헤어질 결심을 했고 이를 이뤘다. 그러나 사랑을 끝내려는 결심은 이루지 못했다. 감정은 결심이 할 수 있는 일 밖이다. 헤어짐 또한 완벽하게 이루진 못했다. 서래가 그를 찾아왔고 결국 서래를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서래와 해준은 또다시 서래의 남편 임호신 살인사건 현장에서 마주친다. 자신의 결심이 이루어지지 못한 해준은 서래에게 분노한다. 하지만 서래는 해준의 분노에도 꼿꼿하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서래는 해준이 헤어짐이란 행위를 결심했을 뿐만 아니라 사랑을 끝낼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도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한다.


해준과의 헤어짐.

그리고 해준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녀는 꼿꼿한 사람이다. 그래서 두 목적이 모두 완전히 이루어질 결심을 택한다. 그리고 그녀의 꼿꼿함은 해준에게 가시가 되어 돌아온다.


핸드폰을 바다 깊숙이 빠뜨리라는 해준의 말처럼

스스로를 바다 깊숙이 빠뜨린 서래를

해준은 바다 위에서 정처 없이 떠돌며 찾는다.


해준은 서래의 꼿꼿함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고

마침내, 서래는 꼿꼿하게 해준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작가의 이전글 외로움을 참아내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