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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완 Apr 16. 2023

전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 싫다고 말하기

2023년을 맞이하고 첫 전시 리뷰를 쓴다.

사실 한동안 전시에 대해 권태기가 왔었다. 물론 그 덕분에 다시 책을 가까이 하기는 했지만:)

전시를 챙겨보고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고 숙제 같이 느껴졌달까.

뭐, 이런 시기는 언제나 올 수 있기에 너무 심각하지는 않지만ㅎㅎ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글을 쓰는 것도 미뤘다. 글감이 없다는 변명을 하며.. 하하


어찌됐든 TMI는 이쯤에서 줄이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오늘 리뷰할 전시는 DDP에서 진행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 아트" 전시이다.

사진 출처: http://www.ticketlink.co.kr/product/42524


이 전시는 데이비드 호크니 뿐만 아니라, 1960년대 사회 문화적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대변하는 듯 권위와 전통적인 미술 형식에 대항하며 생겨난 다양한 영국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이 전시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얼리버드로 예매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가졌고, 기다려왔던 전시이다.

그런데 전시를 다 보고 나니 얼리버드 할인가로 봤으니 망정이지, 제 가격을 줬으면 매우매우 아까울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1. 전시 전체 구성의 문제

한정된 전시 공간내에서 작품을 어떻게 배치하고 카테고리를 구상할지는 온전히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의 능력에 달렸다. 같은 작가, 작품의 전시이더라도 이 구성이 관객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어떤 카테고리로 작가들을 분류했으며, 카테고리 내에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구성에 실패하였다.


가장 유명하면서 대중적이기에 그들이 전시 제목에 걸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 그리고 관객들이 기대하면서 예매했을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은 몇 가지 없었다. 그의 작품세계는 그저 포토존에 비중을 둔채 쓰였고, 데이비드 호크니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의 작품들은 이곳 저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결국 전시를 다보고 난 관객에게 남는 것은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

계속해서 곱씹을 수 있으려면 기억에 남아야 하고, 기억에 쉽게 남으려면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카테고리화가 중요하다. 특히나 많은 수의 작가와 작품을 다루고 있는 전시라면 더더욱 그래야한다.

이것은 관객에게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고 그들의 취향을 발견해내 또 다른 문화예술 생활로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 전시에서 카테고리화를 "작가"로 했다면 관객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즐기고 그 작가의 팬이 되는 경험을 했을 수 있다. 혹은 "연도"와 같은 시대 흐름순으로 했다면 관객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작품의 탄생과 발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추후에 관련 책과 또 다른 동시대 작품을 찾아보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울림이 전혀 없는 전시는 처음이었다.


2. 도슨트

안타깝게도 나는 도슨트가 진행되는 시간에 겹쳐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물론 도슨트 진행 시간을 미리 공지했기에 그 시간을 피해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만

관객이 전시 조건에 모든 것을 맞춘다? 이건 너무나 불친절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나는 도슨트를 듣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을 혼자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더욱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도슨트를 듣는 관객과 듣지 않는 관객의 분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도슨트를 듣지 않는 관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도슨트를 듣지 않는 관객들은 멈춰있는 도슨트와, 관객들에 치여 불편하게 관람을 해야 했고 이는 그리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3. 충격적인 굿즈 판매샵

전시가 끝난 후 전시의 도록과 관련된 굿즈를 판매하는 샵을 마주하는 건 정말 익숙해진 문화이다.

그 전시를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기에 매 전시마다 많은 기획자들이 공을 들여 준비하기도 한다.


나 또한 정말 좋았던 전시는 꼭 도록 혹은 굿즈를 소장한다.

이는 사진을 찍고, 후기를 글로 남기는 등 전시를 기억하고자 하는 또 다른 방법 뿐만 아니라 다음에 그 미술관, 갤러리의 전시를 한 번 더 찾게 되는 좋은 창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국립중앙박물관'을 생각 해볼 수 있다.)


그런데 위 전시의 샵은.. 정말 충격, 이 단어로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도록, 혹은 엽서 외에는 정말 뜬금없는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의 책부터 시작해 화장품까지.

여기가 영국팝아트를 다룬 전시의 굿즈샵인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소품샵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문제점 외에도 곳곳에서 디테일을 놓친 부분들이 전시를 보는 내내 발견되었지만 이만 줄이고자 한다.


사실 이렇게나 공격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비판점을 쓴 전시 후기는 처음이다.

나는 모든 전시를 애정하고자 한다.

각 전시마다, 그 전시가 다루고 있는 작품의 분야마다 국내 문화예술 장에 차지하고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고전 예술, 미디어 아트, NFT, 인스타그래머블한 캐릭터 전시 등등 모두 말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자신의 역할에서 한참 벗어났기에 보는 내내 화가 났다.

좋은 작품을 다루고 전시할 때는 그에 맞는 노력과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조금만 고민한다면 해결될 문제들을 그대로 놔뒀다는 것이 너무나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권위적인 작품과 작가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것은 제대로 예술을 즐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다면, 문제가 있었다면 과감히 별로였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전시 그 자체에 대해서든, 작품에 대해서든 말이다. (단 비판은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한 채로)

그리고 내가 싫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좋을 수도 있다.

예술은 특히나 너무 주관적인 것이기에 열린 마음이 좋은 감상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많이 경험하고 감상하며 본인의 취향, 기준을 찾는 것. 이 기준을 토대로 부족한 전시는 비판할 줄 알고, 만족스러운 전시는 더 깊게 탐구하며 즐길 수 있는 것.

더불어 각자의 취향을 공유하며 풍성한 시선을 갖게 되는 것.

이것이 관객의 입장에서 문화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제대로 즐기며 국내 예술계를 건강하게 발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전시 리뷰는 전시 내 작품 보다는 전시의 구성이나 문화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다루는 쪽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연도에는 작품을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전시의 구성과 관객, 즉 사용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도 다뤄보고자 한다. 나의 리뷰가 조금은 우리의 감상 문화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문화예술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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