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운사 Jul 14. 2024

359. 마드리드 오리엔테 궁전

스페인 왕 찰스 3세부터 알폰소 13세까지 왕실이 거주했던 마드리드 왕궁은 수도의 동쪽에 있어 '오리엔테 궁전(Palacio de Oriente)'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군주가 이곳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유산으로 관리되는 이 유적지는 국왕의 공식 거주지이다. 이곳에 유럽 왕실 거주지의 역사적인 주방 중 가장 뛰어나게 보존되어 있는 환상적인 Royal Kitchen을 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수도가 되기 오래전에, 이슬람 왕 에미르 모하메드 1세는 기독교인의 진격으로부터 톨레도를 방어하기 위해 마게리트(도시의 아랍어 이름)에 성채를 건설했다. 이 건물은 14세기에 안티구오 알카사르(Antiguo Alcázar)로 변형될 때까지 카스티야 왕들이 가끔 사용했다. Charles 1 세와 그의 아들 Philip 2세는 요새를 군주의 영구 거주지로 전환했다.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 왕궁>

그러나 1734년 화재로 건물이 소실되었고, 필리프 5세는 현재의 궁전을 그 자리에 지으라고 명령했다. 처음에는 필리포 주바라(Filippo Juvara)에게 의뢰했지만, 그가 죽은 후 최종 계획을 맡은 사람은 그의 제자 후안 바티스타 사케티(Juan Bautista Sachetti)였다. 1738년 첫 번째 돌이 놓인 때부터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17년이 걸렸다. 궁전에 최초로 입주한 찰스 3세는 궁전 장식을 많이 했고, 그의 후계자인 찰스 4세는 거울의 방을 만들었다. 페르디난드 7세는 시계, 가구, 샹들리에, 촛대와 같은 장식물을 추가했다. 이 건물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건설을 위해 베르니니가 그린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았다. 정사각형 파티오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갤러리와 궁전의 주요 정면이 위치한 아르마스 광장이 있다. 마드리드 왕궁의 3,000개가 넘는 방 중에서 눈에 띄는 주요 계단은 Sabatini가 디자인했으며, 70개 이상의 계단이 있다. 티에폴로(Tiepolo)가 그린 천장이 있는 왕좌의 방, Charles III가 Guards Room으로 개조한 연회장인 Halberdiers Hall, 가스 파리니 룸(Gasparini Room) 등이 볼 만하다. 전설적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가 만든 현악기 컬렉션이 소장되어 있는 왕실 예배당(Royal Chapel)도 있다.

리스본에서 밤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식사를 하자마자 이 왕궁으로 왔는데, 파리와 포르투갈에서는 겪어 보지 못하 유럽의 극성스러운 소매치기에 여지없이 당하고 말았다. 나름 조심을 한다고 했는데 정말 어이없이 당한 것이다. 배낭은 숙소에 두고 늘 들고 다니던 조그만 가방에 여권, 배터리 충전기, 순례길 걸으면서 스탬프(세요 Cello)를 매일 받아 놓은 크리덴셜 등을 넣고 넣고 다녔다. 특히 크리덴셜은 혹시 비가 오면 젖을까 봐 비닐팩에 넣어서 소중하게 간직을 했는데 이곳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마누라는 작은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배낭의 지퍼를 열린 채 비닐 팩을 잃어버렸다. 금삿갓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있다가 마누라 배낭의 지퍼가 열린 것을 보고 아차 싶어서 가방을 보나 역시 지퍼가 열려 있고 크리덴셜 지퍼백이 도난당한 것이다. 돈이나 신용카드, 여권 등은 가방 제일 밑에 꼭꼭 숨겨 두어서 안전했는데, 돈 보다 더 소중한 800Km 도보 완주의 기록물인 크리덴셜이 감쪽 같이 사라져 버리니 허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관광이고 뭐고 아무 흥미가 없었다.  왕궁 관광을 포기하고 혹시 소매치기들이 물건을 훑어보고 자기들이 원하는 돈이나 신용카드가 없으면 물건을 쓰레기 통에 버릴 것으로 생각하고 왕궁 주변의 쓰레기 통을 모조리 뒤져 보는 수고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소중한 기록물은 보이지 않았다. 마누라가 잃어버린 것은 그야말로 쓰레기였다. 요플레 먹고 남은 빈 깡통, 휴지 등등 잡동사니였는데 그들은 그것도 주변에 버리지도 않고 모조리 싸들고  도망을 친 것 같았다. 아마도 그들도 오늘 허탕 쳤다고 허탈해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58. 리스본에서 야간버스 타고(8/2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