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러 가는 길이면 전철을 타요.
서울을 가기 때문에 늘 2호선을 지나치고,
그러면 누가 안전문에 새긴 시를 볼 수가 있어요.
아마도 2호선에만 있는 것 같아요.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생각은 누가 했을까요?"
제가 사랑하는 한 아이가 긴 문자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몇 달간 사진을 찍다가 제 생각이 나서 보낸 사진과 편지라고 합니다.
아이는 가끔 전철에서 덜컹이다가 수십 가지의 향수 냄새가 코를 찌르면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들 스마트폰만 보며 서로 스치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고요.
이런 세상에도 시가 남아 있어서 참 다행이고 좋은 일이라고 합니다.
지하철에 시를 심을 생각을 누가 한 것일까요?
아마 저 아이와 저처럼 아름다움을 찾으며 사시는 분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름다움이 없다고 여겨지거나 그것이 없는 지하와 전기의 세상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움 혹은 어떤 또 다른 작은 세상을 발견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저 시를 쓴 사람들과,
시를 저곳에 새겨넣은 사람들과,
저 시를 읽는 사람들은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작은 아름다움들이 모여 시로 피어나면 이렇게나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