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표현을 하면서 사는 것일까요? 특히 음악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합니다. 음악에는 어떤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음악은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화려하고도 수려한 연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음악은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아름다울 수도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전 음대 입시를 포기한 비전공자였습니다. 연주로서는 더 이상 아름다움을 만들 자격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도 2014년부터 2016년에는 재즈를 배우며 여러 가지 앨범 작업과 공연을 했었습니다. 그 중 이상 시인의 '거울'을 가사로 만든 노래에 건반 세션으로 녹음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노래가 첫 앨범 작업이었습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비전공자였기 때문에 제 음악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알리기 힘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한 아이가 어떤 글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글의 주제가 좋은데도 다 읽고 나서 감동적이거나 뭉클하지 않은 이유는 영웅적인 모습만 비춰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음악 자체의 선율이나 화성, 기교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도 있지만, 저 아이의 말처럼 결핍 속에서도 이 음악을 해냄으로써 나오는 아름다움도 있습니다. 그 결핍이 어떤 간절함을 만들어 냅니다. 제가 음대가 아닌 사범대에 진학하고 10여 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음악을 하는 것이 그 간절함과 결핍입니다. 첫 앨범 작업을 해본 것도 간절함과 결핍 속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제 음악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해 봅니다. 마음 주머니 깊은 곳에서 먼지들과 뒹굴던 '아름답다'는 말을 이제는 입술 밖으로 수줍게 얹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