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선 Jun 16. 2022

보물 찾기

춘천에는 명곡사라는 음반 판매점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간 기억이 있으니까 20년 이상의 세월은 족히 흘렀을 것입니다.


추억을 찾고 싶은 마음에 들렀습니다.

키가 작으신 사장님이 여전히 그 자리에 계셨고,

5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

문 앞에는 여러 가지 음반 포스터가 붙어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오래된 음반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책 냄새와는 다른 음반 고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몸의 병을 앓고 있어서 모든 일에 흥미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는 음반 가게에 들어갔는데도

사고 싶은 음반이 없었습니다.

음반을 찾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추억을 찾고 싶은 마음에 들어간 것뿐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이런 제게 이것저것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사장님의 그런 애씀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 하는 행위로 읽혀지기보다

좋은 음악을 하나라도 더 듣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보였습니다.

추천해 주실 때마다 그 음반이 왜 좋은지에 대해 설명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가 고른 아티스트는 '빌 에반스'였습니다.

너무 유명한 재즈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사장님께서는 좋은 앨범을 여러 장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곡이 가장 많이 담긴 앨범을 사려고 했는데

마침 사장님이 가장 추천하고 싶다는 앨범과 딱 겹쳐서 그 앨범을 골랐습니다.


사장님께서는 흡족해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보물찾기를 해야 돼요. 보물찾기를 해야 좋은 음악을 만날 수가 있어요."


생각해 보니 앓는 병으로 인해 흥미가 없어서 앨범을 못 찾는 게 아니라

저는 보물찾기를 할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보물찾기를 하고 나온 저의 표정은 웃음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보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My Foolish Heart'입니다.

정말 보물을 찾은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 생일 파티 되게 재미없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