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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스터 박종찬 Jul 01. 2022

생두 50kg 내다 버린 이야기

이드커피 로스팅 일지_01

브랜드를 준비한지는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어느덧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서인지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일지 묻는다면 로스터이니 당연히 커피의 맛이다.


오늘은 막바지에 접어든 '이드 커피'의 로스터, 나는 뭘 하는지 얘기해볼까 한다.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이드 커피'라는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커피의 종류는 3가지이다.


에티오피아, 엘살바도르, 브라질.



그중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에티오피아였는데, 하필이면 그 생두가 똑 떨어진 것이다. 생두도 농산물이다 보니 항상 같은 생두를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도 꽤 많다.


보통은 대량으로 구매하고 잘~ 보관하면서 쓴다. 우리는 아직까진 그럴 자본도, 공간도 없었기 때문에 소량으로 구매하다 보니 정작 필요할 땐 못쓰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그 생두를 대신할 다른 생두들을 항상 체크하고, 샘플을 받아보면서 정해둔다. 대체할 생두를 찾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사용량이 많은 업체에는 생두 회사에서 샘플도 보내주고 한다는데... 우리는 사비 써서 하나하나 사서 테스트해봐야 한다.


그렇게 이것저것 테스트해본 후 다음 에티오피아로 쓸 괜찮은 생두를 찾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에티오피아의 후보로 결정했다. 그리고 곧 있을 팝업스토어에 앞서서 사용할 생두들을 대량으로 주문했고, 생두의 상태도 체크할 겸, 그날도 어김없이 로스터기에 불을 올렸다. 그리고 커피를 테스트했다.



음...? 이상했다.



분명 똑같이 했는데, 아예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방식을 바꿔서 또 로스팅, 맛보고, 갸웃.


또 로스팅, 맛보고, 갸웃 x 100


그렇게 늦은 점심에 시작한 로스팅은 그날 밤을 새고 해가 뜰때 쯤 끝났다. 그리고 밤을 새우고도 결과물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이건 내 손의 문제가 아니라 생두의 문제였던 것을...


샘플로 로스팅을 진행하고 테스트했던 커피는 작년에 수확하였던 커피였는데, 대량으로 구매한 녀석은 올해 생두였다. 그것부터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로스팅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로스팅할 때도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저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만 반복했었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수확시기는 10월부터 2월까지이지만, 본격적으로 국내 생두 회사들이 판매하는 시기는 봄부터 여름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작년 생두여도 가장 최근 생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업체의 생두를 급하게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두들이 도착한 날 또 로스팅을 했지만 더 상태가 안 좋았다. 머리를 싸매고 그날도 밤을 샜다.(또 로스팅, 맛보고, 갸웃 x 100)


그렇게 이틀 동안 생두 50kg는 쓸모가 없어졌다.



진짜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생두를 구매했다. 급하게 결과물이 필요했던 나는 택배 오는 것도 못 참겠어서 춘천으로 직접 받으러 갔다.


그렇게 받아온 생두는 이전과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괜찮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었고, 한 시름을 덜게 되었다. 물론 그 생두도 가장 맛있는 로스팅을 찾아야 하지만 말이다. 물론 이날도 밤새 로스팅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생두로 씨름을 하니 머리털이 다 빠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싫어하는 일을 하는 거였으면 그렇게까지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일이 1년 동안 꽤 여러 번 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커피 하지 말까?' 생각한다. 금방 까먹는 성격 덕분(?)인지 다음날 일어나면 또 로스팅하러 간다.



혼자서 준비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어찌 됐든 내 이름도 어디 한 구석에 걸릴 생각을 하니 '이 정도면 됐다.'라고 생각이 들질 않는다.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 수 없는 건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 '이드 커피'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적어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오늘도 밤새 로스팅해야겠다.








오늘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커피를 볶고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봐주시면 너무나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 앞으로의 행보는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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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드커피가 드디어 정식 론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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