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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스터 박종찬 Sep 27. 2022

믹서기로 원두커피 갈아 마셔도 될까?

커피 분쇄도 이야기

우리 집엔 그라인더가 없다.  다른 장비도 없긴 하지만... 커피 하는 사람이 집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그럼 어떻게 갈아서 사용할까?



집에 있는 믹서기를 사용한다. 맞다. 그 믹서기.


오늘도 커피 한 잔 마셔볼까 싶어서 조용한 거실에서 믹서기로 커피를 갈고 있는데, ‘나처럼 커피를 갈 때 믹서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번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했다.


커피를 내릴 때면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일

커피 분쇄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분쇄도는

커피를 추출할 때

어떤 영향을 줄까


놀랍게도 분쇄도에 따라 커피 맛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커피에서 분쇄도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분쇄도는 커피에게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준다.



1. 물이 빠지는 속도.


자갈이 모래보다 물이 빠지는 속도가 빠른 것처럼, 분쇄도가 커질수록 물이 빨리 빠진다.

그 말은 즉, 커피를 추출하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의미이다.



2. 커피 성분이 우러나는 정도.


>> 이게 농도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커피에서는 이것을 추출 수율이라고 표현합니다. 농도와는 조금 의미가 다르기에 농도라고 지칭하지 않았습니다. 내용이 조금 복잡하여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커피에 있는 다양한 맛 성분이 물을 만나 물에 녹아드는데, 커피 입자와 물이 만나고 있는 표면적이 넓을수록 잘 우러난다. 다시 말해 분쇄도가 가늘어질수록 물에는 커피 성분이 더 많이 녹아들게 된다.



위의 두 가지를 다시 종합하면


- 분쇄도가 굵을수록 물이 빨리 빠진다. 커피와 물이 닿아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추출되는 커피 성분이 적다.

- 분쇄도가 가늘수록 물이 느리게 빠진다. 커피와 물이 닿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추출되는 커피 성분이 많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커피 맛으로는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준다.


분쇄도가 가늘어질수록 성분이 많이 우러나오고 추출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커피의 전체적인 맛이 꽉 차게 된다. 하지만 너무 느려진다면 쓸데없는 잡맛도 함께 발현될 수 있고, 쓴맛이 과해질 수 있다.


반대로 분쇄도가 굵어질수록 추출 시간이 빨라지기 때문에, 쓴맛과 잡맛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고, 커피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과하게 굵어서 빨라지면 떫거나 밋밋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분쇄도는 커피맛을 휙휙 바꿀 수 있는 변수인데, 어느 정도 분쇄도로 갈아야 맛이 좋아질까?




어느 정도로 갈아서

커피를 내려야 할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끝없이 어려워지겠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는 추출 도구가 무엇일까?

평소에 마시던 커피가 어느 부분이 불만족스러웠을까?


이 두 가지를 생각해보자. 그럼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 팁을 주자면 핸드드립은 보통 굵은소금 입자 정도로 분쇄한다. 그 정도 사이즈에서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상대적으로 추출 시간이  추출 도구(프렌치프레스같이) 그것보다 굵은 분쇄도, 반대로 추출 시간이 짧은 추출 도구(에스프레소 머신) 가는 분쇄도가 좋다.


  먹어보고 조금씩 늘리거나 줄이는 쪽으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확한 값을 얘기하기엔 어렵다. 취향, 커피의 종류, 드립방식, 총 추출 시간, 추출양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마셔보고 제일 괜찮은 분쇄도를 찾을 수밖에...



하지만 간단한 가이드라인은 있다.


내가 내린 커피가 향이 밋밋하고, 연한  같다면? 평소보다 분쇄도를 가늘게

반대로 커피 맛이 너무 과하고, 쓰다면? 평소보다 분쇄도를 굵게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약배전 커피의 경우 조직이 단단하고 성분이  우러나오지 않아서  빠짐이 느리다. 추출 시간이 느림에도 커피에서 성분이  우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분쇄도를 가늘게 하여 커피 입자의 표면적을 넓히고, 대신 늘어지는 추출 시간을 단축시키는  좋다. 약배전 레시피도 한 번 연구해보고 글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반대로 강배전 커피로 갈수록 추출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래서 분쇄도 조정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믹서기로 갈아 마시면

안 되는 건가요?


솔직히 안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커피 맛은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인터넷에 커피 그라인더를 검색하면 믹서기의 형태를 가진 제품도 많다.


믹서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갈면서 최대한 흔들며 커피를 섞어주는 것을 추천한다.


믹서기로 커피를 갈게 되면 어느 입자는 너무 두껍고, 또 다른 건 너무 가늘게 갈린다. 그래서 추출하면서 한쪽은 과한 추출이, 다른 한쪽은 추출이 덜 일어나게 된다. 어떻게든 최대한 편차를 줄여보자.



만약 지금의 자신이 내리는 커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혹은 커피 공부를  깊게 하고 싶다면, 수치 값을 정할  있는 장비를 추천한다.


가지고 있는 그라인더로 5라는 값으로 분쇄를 했는데, 만족스럽지 않다면 상황에 따라 4 또는 6으로 바꿔서 분쇄하면 된다.


커피를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원두를 구매할 , 분쇄된 커피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구매하려는 커피에 잘 어울리는 분쇄도로 갈아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믹서기를 쓰는 이유는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커피가 취미가 되면서 공부하기 시작하니 뭐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그래서 장비를 이것저것 많이도 샀었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취미생활에 돈이 왜 이렇게 많이 들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생각이 들 무렵부터, 사용하던 장비들은 사무실에 갖다 놨다. 그리고 집에 장비라곤 '클레버'만 있다.


나는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는 것은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함이다.


로스팅을 시작한 이후엔 커피는 사무실에서 밤새가며 내가 볶은 커피는 충분히 맛봤기 때문에... 맛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무슨 맛인지 알고 있었다.


일적으로 커피를 너무 마신 탓일까, 커피가 땡겨서 먹는다기보단 '이런 날엔 커피 한 잔이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나에게 중요한 건 맛보단 분위기인 셈이다.


어떤 장비를 사용하건 커피를 내리는 잠깐의 여유와 은은한 커피 향, 그리고 분위기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면, 장비는 가끔 내려놔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커피를 볶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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