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5월의 따뜻하고 뽀송했던 날씨를 뒤로 하고 6월이 되면 슬슬 습해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비까지 오면 습도가 70%를 넘는 날이 늘어간다. 괜찮다.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다. 그러다 장마철이 되면 이제 습도가 80%를 훌쩍 넘어선다. 이때쯤 되면 이제 고민된다. 에어컨을 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합리적으로 에어컨을 틀기 위해 나름 머리를 굴려본다. 아직 그렇게 덥진 않은데 에어컨을 트는 게 맞을까. 습도가 높으면 몸도 마룻바닥도 끈적한 느낌이 들어 움직이기 싫어지니 차라리 틀고 쾌적하게 집안일을 할까. 그래도 벌써부터 틀면 전기세가 걱정되는데. 습도가 높으면 먼지다듬이벌레가 생기잖아. 벌레생기고 마음 고생하느니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집에 책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에어컨 안 틀려면 짐부터 줄여야겠네. 아직 짐이 많으니 일단 에어컨 틀까.
고민을 하지만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래도 그냥 틀기에는 왠지 마음에 걸린다. 식구들이 다 있는 저녁에는 명분이라도 그럴 듯 하지만 혼자 있는 낮에는 에어컨을 트는 게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를 만든다. 하지만 사실인걸.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만들었다. 습도가 80%가 넘으면 틀자! 79%까지는 좀 그렇고 80%가 넘으면 그건 진짜 심각한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앗! 방금 습도가 80%를 찍었다. 이제 에어컨 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