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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곰 Jun 13. 2023

내가 사랑하는 시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평일 오전이다. 남편과 아이가 잠시 없는 고요한 집, 커피 한 잔을 들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에 앉는다. 거실 창가 긴 카페 테이블. 나만의 홈카페에 앉아 향긋한 커피와 함께 그날 해야 할 공부와 읽을 책, 노트북을 펼쳐든다. 창밖으로 해가 반짝 뜬 맑은 날이라면 상큼한 기분은 업그레이드된다. 이 찬란한 행복 때문에 좁은 거실을 더 좁아 보이는 테이블을 포기할 수 없다.





오늘도 창가에 앉아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시간을 좋아했을까 생각해 봤다. 우선 결혼 전, 회사를 열심히 다니던 시절이라 퇴근 후 친구나 남자친구를 만나 맥주를 곁들인 수다 시간이 가장 좋았다. 회사 뒷담화와 남자 얘기가 주를 이뤘고 어쩌다 여행 건수라도 생기면 일보다 더 중요한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평일 내내 즐거웠다. 


결혼 후에도 여전히 퇴근 후의 시간이 좋았다. 그땐 프로야구에 푹 빠져있었는데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그 후에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까지 모두 챙겨 봤다. 시즌 내내 야구 보는 낙으로 살아서 겨울인 비시즌에는 퇴근 후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아이의 까꿍이 시절에는 아이와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꽤 예민한 아이라 먹거나 자지 않으면 울기만 하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만 찾는 두리번 거리는 눈동자, 어설프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입, 노래만 나오면 어디서든 씰룩거리는 엉덩이, 엄마 따라 파우더를 얼굴에 토닥거리는 작은 손. 아이는 세 살까지 평생 효도를 다 한다던데. 옛말 틀린 게 없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24시간 육아에서 조금씩 내 시간이 생기고 있다. 젊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은 왠지 친구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구태여 연락처를 뒤지곤 했는데 지금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 됐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달라지면서 내가 사랑하는 시간도 변한다. 5년 뒤에는 어떤 시간을 사랑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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