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귤곰 Dec 14. 2022

시작은 즐겁게, 마무리는 퇴고로

쓰는 재미



글쓰기 초보자로서 키보드 앞에 서면 대체로 처음은 긴장된다. 일상을 보내다 문득 떠오르는 글감들은 메모를 해두었는데 그것들을 꺼내서 이어 쓰려면 '처음은 어떻게 시작하지..'하고 곧 막막해진다. 그럴 땐 그냥 생각나는 것부터 쓰곤 한다. 쓰다 운이 좋으면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기도 한다. 운이 없는 날은 우선 쓰던 것을 접고 다음을 기약한다. 억지로 붙잡고 있기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아이 하교 전에 끝내야 하므로).


그러다 보면 시작은 했지만 끝은 없는 못한 글이 돼버린다. 그럼 다음에 이어서 써야 하는데 다음 날은 또 다른 글감이 생각나거나 다른 일이 생겨서 글을 못 쓰거나 때론 그런 글을 썼었는지 잊기도 한다. 그렇게 '저장 중인 글'이 쌓여간다.




블로그를  때도 한동안 비슷한 고민을  적이 있는데 쓰자마자 바로 포스팅하는 것으로 해결했었다. 블로그는 ''보단 '일기'처럼 느껴져 부담이  했던  같다. 나도 가벼운 기분으로 쓰고 읽는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같은 느낌. 그냥  일상을 의식의 흐름대로 써도 괜찮을  같았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매일 했던 것을 기록하기도 하고 공부했던 데이터를 누적하기 위해, 또는 여행 갔던 사진들을 모아놓는 것으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달랐다. 시작부터 큰 틀은 잡혀 있어야 할 것 같고 말이 앞뒤가 맞는지, 갑자기 산으로 가고 있는  아닌지, 그래서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써야 했다. 글의 구조, 내용의 디테일, 재미있는 표현, 마음을   녹여내기 위해, 그러면서 개연성을 놓치면  되는 것이 ‘이었다. 블로그를  때와는 다른 부담감. 그렇다고 처음부터 부담을 잔뜩 가지면  쓰는  자체가 두렵고 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글을 처음  때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해요. 오로지 마음 가는 대로 키보드를 두드려야 글쓰기가 즐겁습니다. 나의 욕망에 충실한 글을 쓰고,  글은 비공개로 남겨둡니다. 그냥 혼자 보는 용도로 아껴두는 거죠.
비공개로 글을 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칩니다. 글을  때는 쓰는 이의 것이지만, 읽을 때는 읽는 이의 것입니다. 하나의 글을 놓고도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그게 글의 숙명이에요. 그렇기에 글을 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읽는 이의 입장에 서서 자꾸 들여다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도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쓰고 싶어서였다. 진짜 글다운 글을 쓰고 싶은데 실력이 너무 미천해 글을 올리기 송구했달까. 잘 쓰고 싶은 욕심을 잔뜩 안고 키보드에 앉으니 도통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다. 괜히 인터넷을 뒤적거리면서 시간만 보냈던 날이 많았다. 그때 김민식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의 글이  위안이 됐다. 그래. 이렇게 유명한 사람도 초안을 바로 올리지는 않는구나. 그리고 즐겁게 쓰는 게 먼저구나. 즐겁게 쓰고 고쳐가면서 글을 완성 시키는 거구나. 그리고 써두고 영 자신이 없던 글도 며칠 뒤에 다시 읽어보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예 통째로 버려야  글도 있었지만 괜찮은 글도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용기를 생겼다. 우선은 써보자고.


사람 마음 먹은대로 움직여진다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글을 써야겠단 마음을 먹으니 ‘이것도 글로 써볼까? 이런 생각도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읽을 때면 나도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의욕이 퐁퐁 솟는다. 이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베스트 셀러를 내겠다는 야심찬 목표보단 한 사람에게라도 공감이 되면 좋겠다는 느슨한 마음이 글쓰기에는 더 나은 것 같다. 그래야 부담도 줄고 글쓰기도 재밌으니까. 그래야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아 한 줄을 또 쓸 수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