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분실 대소동
내일이면 페낭으로 떠난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 멀리 가지 않고, 이 동네 안에서 하루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은 늘 계획일 뿐.
여유로웠던 오전과 달리, 오후는 꽤나 진이 빠졌던 하루였다.
오늘의 운동은 수영이다.
아무도 없는 41층 수영장.
찰방찰방 울리는 물소리와 함께 도시의 풍경이 아래로 펼쳐진다.
시간도 장소도 이 순간에 잠시 멈춘 것 같아, 그저 행복했다.
이렇게 혼자 찰방이던 이 순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다.
마마킴의 오리지널 사우나미.
역시 이 맛이다.
지난번에 괜히 새로운 맛을 시도한다고 김치사우나미를 시켰는데, 내 입맛에는 오리지널이 제일 낫다.
괜히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점심이었다.
동네로 돌아와 일행 중 한 명과 Ra-ft에 들렀다.
일행은 따뜻한 라떼를, 걸어오느라 지친 나는 아이스라떼를 시켰다.
작년에 토끼 아트를 그려주는 커피가 인상적이었는데 여전히 귀여운 토끼가 있다.
고소하고 진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아이스를 시켜서 그런지 유난히 밍밍하다.
하루에 딱 한 잔.
그게 나의 카페인 허용치다.
그래서 이렇게 아쉬운 커피를 마시면 괜히 하루를 손해 본 기분이 들어 슬프다.
잠깐 쉴까, 내일 짐을 쌀까 고민하던 중 공문이 도착했다.
일처리 해야 할 것들이 늘 있어서 노트북을 항상 들고 다니지만
내일부터 3박 4일 동안 가는 페낭여행은 쉬러 가는 여행이라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으려 했다.
얼른 처리해 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고 싶었는데 이번 공문은 단순 보고가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이 필요한 일이었다.
결국 일을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채 아이를 데리러 나섰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시간은 강습생만 가능하단다.
결국 강습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2대 1 강습인데 비용은 1대 1 그대로 받는단다.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지만 여기서는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기에 그냥 하기로 했다.
장갑과 양말이 없어 숙소를 두 번이나 오가고 우여곡절 끝에 강습 시작.
그래도 그날은 자유 스케이팅이 가능하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생맥주 한 잔에 오늘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듯했다.
아이들은 키즈 메뉴로 저녁을 먹었다.
판다모양으로 만들어주는 카레가 너무 귀여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몽키아라의 대부분 식당은 키즈메뉴가 참 잘 되어 있어 좋다.
다시 힘을 내서 1시간 자유 스케이팅 후 아이스크림 타임을 가지고 내일을 위해 헤어졌다.
일행과 헤어지고 딸과 내일 여행에 가져갈 컵라면을 사러 갔다.
그것도 그냥 어제 살걸... 시세를 몰라 하나씩만 샀더니 결국 다시 걸음 하게 되었다.
비싸도 가까운 데서 사려고 했는데 아이가 먹는 진라면 순한맛이 어디에도 없어서 결국 원몽키아라까지 다녀오고 나니 어느새 밤 9시가 넘었다.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어 가는 줄 알았다.
한숨 돌리고 일을 마무리하고 짐을 싸야지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지갑이 없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를 씻기고, 잠시 맡겨둔 뒤 마지막에 지갑을 사용했던 브루하우스로 다시 갔다.
분실물은 없단다.
직원 네 명이나 와서 걱정해 주며 찾으면 꼭 연락 주겠다고 했다.
한 직원은 퇴근길이었는지 에스컬레이터까지 같이 가며 "여기서 잃어버린 건 꼭 보관하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위로까지 해준다.
마지막 희망으로 아이스링크장에 가니 지갑이 끈으로 예쁘게 묶인 채 보관되어 있었다.
아이스링크장에서 물건을 꺼내면서 가방에서 떨어뜨렸나 보다.
너무 다행이라 연신 “땡큐”를 외쳤다.
이번 여행에서 이렇게 정신없이 물건을 두고 다니는 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정말, 정신 차리자.
짐을 싸고, 일을 마무리하니 새벽 1시.
아침은 그렇게 여유로웠는데
오후는 너무 고단했다.
그래도 괜찮다.
내일은 페낭이다.
이번엔 제발,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를.
163 몰 5층에는 '블루 아이스'라는 작은 스케이트장이 있다.
규모가 크지도 않고, 빙판의 질이 인상적으로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곳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숙소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기만 하면 바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살기 중에는 ‘어디를 가느냐’보다 ‘얼마나 덜 움직이느냐’가 중요해질 때가 많다.
블루아이스는 바로 그런 날에 어울리는 장소다.
차를 타고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 조금 비어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어 생활 반경 안의 놀이터처럼 활용하기 좋다.
이곳에서는 1:1 스케이트 레슨도 함께 진행한다.
작년에 머물렀을 때, 우리 아이는 이곳에서 피겨스케이트 1:1 수업을 다섯 번 정도 받았다.
처음에는 빈 시간에 맞춰 즉흥적으로 예약해 수업을 들었고, 몇 번의 수업이 지나자 아이가 유독 편해하는 선생님이 생겼다. 그 뒤로는 그 선생님과 시간을 맞춰 수업을 이어갔다.
위치: 163몰 5층
장점: 숙소 접근성 최고, 이동 부담 없음
단점: 규모 작음, 빙판 퀄리티는 보통
추천: 쿠알라룸푸르 한 달 살기 중 아이 활동을 고민하는 경우 짧게 1:1 레슨을 경험해보고 싶은 가족
꿀팁: 1:1 레슨을 하면 그날은 프리스케이팅이 가능하다. 그러니 1:1 레슨 시간을 마지막 시간으로 잡으면 손해이니 이 점을 꼭 유념하자.
� 전문적인 훈련보다는 ‘생활 속 액티비티’로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 예약은 왓츠앱으로 가능하다. (+6018-377-4033)
� 장갑은 필수다. 일반 털장갑이면 충분하니 한국에서 저렴한 것으로 준비해 가도 좋다.
� 1월은 한 달 살기 오는 학생들이 많아 당일 예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