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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Z Dec 31. 2023

끊어진 목걸이

목걸이가 끊어져 수리를 맡기러 갔다. 끊어진 부분이 잘라 내버리기에는 애매한 자리라 줄을 다시 쓰려면 이음매를 해야 했다. 깔끔하고 펜던트가 돋보이는 목걸이를 원하기에 기존 목걸이 줄은 팔찌로 만들고 새 줄을 사려했다. 마음에 드는 새 줄은 골랐다. 그런데 끊어진 줄을 팔찌로 만들기가 어려웠다. 다양한 디자인이 있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장님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지금 당장 마음에 드는 팔찌를 만들 수 없으니 생각해 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장님께서 새 줄에 펜던트를 달아주시는데 문득 끊어진 줄을 펜던트 없는 목걸이로 쓰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굳이 펜던트를 더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냥 목에 걸어도 되는 거 아닌가. 이번으로 벌써 3번째 목걸이를 끊어먹고 있는데 그때마다 목이 허전해서 아쉬웠다. 또 끊어먹는다면 이 줄만 목에 걸어도 괜찮을 거 같았다. 아니 좋을 거 같다. 이 이야기를 꺼내니 사장님께서 “오! 끊어져서 새로운 스타일로 사용할 수 있겠어요”라고 하셨다. 쿡하고 그 말이 내 심장에 와닿았다. “그렇네요. 끊어져서 그 덕분에 새로운 스타일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마치 내가 그 목걸이 같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쓸모없어진 것 같은 나였다. 스스로를 증명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잡았으나 그마저도 잃어 비참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끊어진 목걸이처럼 나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내 마음에 싹텄다. 끊어진 목걸이 때문에 위로받을 줄이야. 일주일 후 고쳐질 목걸이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음매가 생겨 티가 나겠지만 나만의 스타일이 되어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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