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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쓰J May 31. 2022

인생살이는 ‘패키지 딜’

기쁨, 슬픔, 즐거움, 괴로움... 따로따로 살 수 없다더라.

<커버 이미지- 몇 년 전 우리 삼대 모녀가 함께한 제주도 여행 중 한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 새싹이 자라 잎을 틔우고, 꽃봉오리에서 서서히 꽃으로 피어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나의 엄마도 그런 마음으로 나를 그렇게 키우고, 내 인생을 피워 주셨겠지.

종종 이제 막 본격적으로 세상살이를 시작하는 이 아이가 너무 힘들지 않기를, 그래서 스스로 인생을 활짝 피우고, 그 인생을 무한히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생살이, 그거 ‘패키지 딜’이다.
기쁨, 슬픔, 즐거움, 괴로움…
한 묶음으로만 팔지,
따로따로 살 수 없더라.

- 김근희 회장(벽산 엔지니어링)
중앙일보 인터뷰 중에서 -



수년 전에 신문기사에서 이 내용을 보고 어찌나 와닿던지, 메모장에 글귀를 적어뒀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어른들, 위인들, 선인들의 이야기는 인생살이의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 결국 먼저 살아 본 사람들의 생각과 말이 대부분 옳다는 것, 그래서 어른들 말 잘 들어 손해 볼 것 없다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을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맞이하게 된다.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


슬픔이 있어 기쁨을 느끼고, 괴로움이 있어 즐거움도 있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나는 마치 다시 태어나서 새로 배우는 듯이 실감하고 있다. 죽다 살아난 것 같은 삶의 순간순간은 어쩐지 소중한 인생을 거저 얻은 듯한 기적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마음이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해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내고, 병실 안의 작은 창문으로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바깥 풍경을 암담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때, 그저 매일의 생활이었던 풍경이 내가 갈 수 없는 멀고 먼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던 것을 생각하면서... 이제는 버스 정류장에 서서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기꺼이 맞는다. 한 발짝도 내디디기 어려웠던 그 발로 저 거리의 그 누구보다 더 경쾌한 걸음으로 활보한다.  


태어나서 하나씩 하나씩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배워가는 것처럼 음식을 음미하고, 가까운 사람들부터 하나씩 둘씩 다시 연결하여 만나고 있는 요즘 나의 기분을  마디로 표현하자면 '설렘'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 매해  학년을 맞이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던 때와 같은 그런 설렘.  골목 끝에서 모퉁이를 돌면  어떤 다른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까에 대한 설렘.  때의 절망에서 그러한 설렘으로 나를 끌어내어  것은, 모두  인생 어느 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계속 머물러 주었던 사람들의 힘과 사랑이었다.

 




인생살이는 패키지 딜


김근희 회장님의 말처럼, 인생살이 이거 정말 '패키지 딜'이 틀림없다. 그것도 내 멋대로 옵션을 건너뛰거나 추가할 수도 없는 깐깐한 패키지인 데다, 절대 교환도 환불도 어려운 딜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한 번도 원한적 없는 일이 - 좋은 일 그리고 나쁜 일 모두 불시에 서프라이즈처럼 생기는 것이 인생이었다. 그러니 당신과 내가-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묵묵히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 패키지를 살아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만 따로 골라서 살 수 없는 한 묶음이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결핍을 겪어봐야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불행을 알아야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리였다. 나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와, 걸음마에서 댄싱 스텝을 다시 밟으며 이러한 삶의 진리를 매일 다시 되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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