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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쓰J Apr 29. 2022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 인생 만세!)

삶과 죽음은 늘 맞닿아 있다.

<커버 이미지-20세기 멕시코 화가인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마지막 작품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 인생이여, 만세!)>

프리다가 사망하기 8일 전에 완성한 그림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 18세에 당한 끔찍한 교통사고로 평생 서른 번이 넘는 수술과 오른쪽 다리 절단. 끊임없는 부정과 배신으로 상처를 준 남편 디에고와의 죽일 놈(!)의 사랑과 세 번의 유산까지. 그녀의 자화상에는 그 상처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전 마지막 작품 속 싱싱한 수박들은 어쩐지 생명력이 넘친다. 생동감 있는 색채와 대문자로 새겨진 VIVA LA VIDA라는 글씨가 비운의 인생과 대비되는 느낌이다. 그런 험난한 인생의 끝에서 그녀가 그림을 통해 부른 인생 만세는, 삶에 대한 그녀의 강렬한 열망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사-죽음


직업상담사 공부 내용 중에는 상담심리학의 이론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건 지금의 나에게 이 공부가 도움이 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다른 여러 이론들이 있지만 ‘실존주의’ 상담은 다른 상담이론에 비해 철학적인 면을 강조한다. 인간 존재의 의미에 관심을 두며, 이론적 절차보다는 인간관에 더 관심을 둔다. 상담을 치료적 수단이 아닌 진정한 인간(개인) 이해의 과정으로 본다.


실존주의 상담에서 얄롬(Yalom)이라는 학자는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사를 아래의 네 가지로 정리했다.


1. 죽음: 죽음의 불가피성이 삶의 유한성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2. 자유: 인간은 자기 결정적인 존재로서 선택할 능력과 책임이 있다.
3. 소외(고립): 인간은 자신의 실존적 고립에 직면함으로써, 타인과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4. 무의미성: 인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
(에듀윌 직업상담사 이론서 중에서)



처음 듣는 내용이었는데,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사를 ‘죽음’으로 손꼽은 것이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 늘 몸과 마음 건강을 자부하던 나는 평상시에 죽음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 한 일로 길을 잃고, 한 번도 생각한 적 없고 가본 적 없는 ‘죽음의 길목’에 발을 디뎌본 후로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인간의 삶과 죽음은 늘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만하면 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인생이었기에, 한순간에 살아있음이 괴로움이 되었을 때 어둠은 더욱 짙게 드리워졌다.

삶과 죽음은, 탄생과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손등과 손바닥 같은 사이일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한 번도 원한적 없었던 죽음에 가까이 가서야 깨달은 사실이다.  


인생에 고통이 있어 사람이 행복을 느낀다는 것과 인간에게 죽음이 있어 삶의 유한성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는 이야기가-이 지독한 아이러니가 정말 사실이고 진리임을, 이제는 항상 생각한다.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


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던 병원 치료 초기에 담당 선생님이 나에게 내린 주문이 있었다.


“불편한 생각은 5분 이상 지속되면 의식적으로 끊어내시고, 다른 생각을 하도록 하세요.

밥을 먹을 때는 그냥 드시지 말고, 음식 하나하나 그 모양과 맛을 충분히 음미하며 드셔 보세요.”


이제나 되어서야 그 주문의 의미를 진심으로 알 것 같다. 그저 음식을 맛있게 먹으라는 말이 아니라, 순간순간 내 모든 감각들을 바르게 세워 ‘잘 살아있음’을 느끼라는 뜻이었던 거다. 그런 자각을 통해 자꾸만 더 삶의 의지를 다지라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프리다 칼로의 수박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치 내게 죽음이란 아예 없는 사람처럼 살아있음을 느낀 순간이 떠오른다.


장르불문 음악을 좋아해서 클래식 공연, 뮤지컬 등등부터 가수들의 콘서트까지 즐겨 찾았다. 특히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장은 말 그대로 Live(라이브; 살아 있는, 실황의)-살아 있음을 극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마흔이 넘는 나이의 노쇠해져가는 도가니(!)조차 잊고, 꼭 입석으로 가곤 했다. 올림픽 경기장을 들썩이는 음악소리와 관객들의 함성과 떼창에 내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내 몸도 방방 뛰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 프리다의 그림 제목과 동명의 노래 ‘Viva La Vida’에 펄떡였던 영국 밴드 Cold Play(콜드 플레이)의 내한 공연이다.

<영국 밴드 Cold Play(콜드 플레이) 서울 공연.2017.4.16>


그때를 떠올리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잘 살아있음을 느끼며,

VIVA LA VIDA(비바 라 비다; 인생이여, 만세!)

그림과 음악을 여기에 나누어 본다.


당신도 나처럼 잘 살아내고, 살고 있으면 좋겠다.

당신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모두 모두,

만세!


인생이여, 만세!


https://youtu.be/HosW0gulISQ

<Cold Play(콜드플레이)의 브라질 공연 중 ‘Viva L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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