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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Dec 13. 2021

<티탄 Titane>, 2021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아래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읽기에 주의를 요합니다.



 







알렉시아는 어린 시절 차 사고로 뇌에 티탄을 삽입하게 된다. 수술 후 그는 인간이지만 몸의 내부에 티탄이 삽입되면서 강력하고 단단한 티탄에 성적으로 반응하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


출처: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51808#photoId=1425419


그는 일반적인 여성이 갖는 성정체성과 다르게 반응하는 자신을 알아차린다. 남성을 거부하고 남성보다 강력한(혹은 매력적인)존재로 자동차(산업화의 상징)를 인식한다. 그는 그가 춤추는 무대인, 불로 뒤덮인 차 안에서 무려 ‘차’ 와 섹스를 하고 그 차의 아이를 갖는다.


특이성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특히 아빠로부터) 정서적 방임을 당하는 소녀, 몸 안에 티탄이 삽입된 후 자신도 모르게 티탄에 끌리는 몸과 마음,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남성들로부터 겪게 되는 폭력, 임신으로 인해, 그것도 차와의 섹스로 아이를 갖게 되면서 바뀌어가는 몸의 변화와 고통, 어떤 의미에서는 완벽히 반 사회적인 자신의 몸과 정신을 숨기기 위한 몸부림..


연쇄살인범이 되어 경찰에게 쫓기던 알렉시아는 오랜 시간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는 한 남자의 아들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의 아들로 위장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머리를 자르고 눈썹을 밀고 코뼈를 부러트려 남성이 된다.


소녀에서 티타늄 소녀로, 스트립댄서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자동차의 아이를 임신한 산모로, 누군가의 아들로, 소방관으로 알렉시아는 정체성의 변화를 겪으며 이 모든 엉망진창의 것들을 끌어안고 영화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를 보면서 자본주의 산업화 시대에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인간들의 현재 모습이 알렉시아이고(난민들, 성소수자들, 취약계층의 여성들과 남성들, 학대받는 아이들과 불안정한 부모들, 장애인들 등등), 그의 가짜 아빠는 진짜 아빠보다 더 알렉시아를 사랑하는(알렉시아가 그 무엇이건) 진일보한 세상이 되길 바라는 감독의 바람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후반에 고통스러워하는 알렉시아 위로 펼쳐진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국기가 인상적이었다.


결과보다는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가 좋다. 잔인한 장면들로 머리를 쥐 뜯는 순간이 많긴 했지만 보는 내내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였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선정적이고 기괴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영화 내내 등장하기 때문에 관람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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