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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방아저씨 Mar 28. 2023

중동內 "UAE vs 카타르" 라이벌관계


지난번 글에서 이슬람권에서 개와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 및 방식에 대해 얘기를 하는 도중, 

22년 말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 팀의  "고양이의 저주"를 설명드렸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중동을 경유할 때 가봐야 하는 국가 하면 UAE의 두바이를 제일 먼저 떠올릴 만큼 국내 두바이 인지도가 매우 높았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말 월드컵 이후 카타르의 인지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중동, 특히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인 UAE와 카타르 사이 라이벌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한테는 좀 생소한 내용이고, 이들 국가들이 친밀한 관계로 보이긴 하지만, 이미 두나라는 경쟁 관계를 넘어 국교단절을  경험했고, 최근 월드컵직전에 국교 회복은 되었으나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배경 설명을 위해 이 두 국가가 주요 회원국인 

GCC (걸프협력회의, Gulf Cooperation Council)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GCC 걸프협력회의 회원국과 중동내 위치


걸프협력회의 GCC는 걸프연안의 6개국을 회원국으로 1981년 5월 25일 설립된 기구입니다. 6개국은 위에 지도에서 보이는 사우디, UAE, 오만, 바레인, 카타르 및 쿠웨이트 6개국입니다. 


※ 걸프 인근국이라지만, 모든 국가가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당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가 제외되었고,  아라비아 반도 좌측 남단의 예멘도 추후 포함한다는 약속만 해주고 회원국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예멘은 산유국도 아니고, 왕정이 아닌 공화정이자 최빈국이다 보니 의도적으로 회원국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표면적인 GCC 창설 이유는 회원국들의 FTA 등 경제 및 투자협력등의 도모 라고 하지만, 내면적 이유는 

1979년 종교혁명을 일으킨 이란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이란은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신정공화국으로 혁명을 성공시켰고,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주변국으로 혁명을 수출하려 했기 때문에, 주변의 왕국들을 긴장하게 만든 것입니다.  




GCC 창설 때까지만 해도 UAE와 카타르를 포함한 회원국 간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하기 몇 가지 문제를 놓고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여러모로 국가적 자원이나 발전 방향이 유사했던 UAE와 카타르 간의 갈등이 커졌습니다.


1) (이란제재 후) 중동의 허브 역할은 어느 나라가 해야 하는가?   


1979년 이란 혁명 이전 중동 경제, 금융, 물류등의  중심은 주로 이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이 혁명을 일으키고,  미대사관 습격등의 문제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곧장 이라크와 8년 전쟁에 돌입하면서,  중동 내 허브 역할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발 빠른 UAE의 두바이 왕가가 당시 혁신적인 경제, 금융 및 물류등의 굵직한 투자를 강행하면서,  중동 허브국가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두바이 왕실은 Jebelali 지역등에 큰 규모의 Freezone을 만들어 중동, 아프리카 및 CIS지역으로의 재수출 물류 허브를 만드는 동시에, 금융을 포함한 외국 회사를 대대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외국회사에 대해 법인세 면제등의 획기적인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 저희가 많이 타고 있는 에미레이트 항공 (Emirates Air)도 이 목적으로 1985년 창립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접어들면서, UAE와 동일한 방식으로 카타르가 천년가스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추격해 오기 시작합니다.  이미 카타르는 1993년에 카타르 도하 하마드 공항을 허브공항으로 하는 카타르 항공 (Qatar Air)을 에미레이트 항공에 경쟁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비교해 볼 때,  두 항공사는 비등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 에미레이트 항공   : 보유 항공기 232대, 취항지수 142개 도시 

    - 카타르 항공         : 보유 항공기 233대, 취항지수 144개  도시 


이는 비단 항공회사와 관련이 있는 물류 부문만이 아니라, UAE에서 먼저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던,  경제, 금융, 교육, 과학, 기술, 관광 및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전 영역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입니다.   


2) (사우디를 제외하면) GCC 국가 중 진정한 2인자는 누구인가?    


GCC 회원국의 주도국가는 사우디입니다.  사우디는 이슬람 종교의 메카이자, 국토 크기, 인구, 경제, 국방력등에 있어서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GCC 회원국내에서 형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미국 외에도 러시아, 중국등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외교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GCC국가 내에서 사우디 다음에 오는 2인자는 누구일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UAE가 당연히 No. 2위로 인지 되었으나, 2000년대 이후 카타르의 대대적인 투자로 인해 현재는 2위 자리를 놓고 두 나라가 각축하는 상황입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경쟁 상황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 굵직한 국제 행사가 경쟁적으로 두 국가에서 유치되고 있습니다.  

        . 2022년 두바이 EXPO  vs  2022년 카타르 월드컵  


   - 세계 이목을 끄는 현대적 건축물을 경쟁적으로 건설하고 있고, 

      .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삼성물산 시공)  vs 카타르 국립 박물관 (현대건설 시공) 

 

 -  유럽 및 미국의 대학 영입등 국제교육 및 연구 특구 운영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 두바이 Knowledge Park  vs   카타르 Education City 


이러한 대대적인 두나라의 투자의 원천은,  방대한 자원입니다.  

카타르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3위, 액화 천연가스 수출 세계 1위를 기록 중이고,  UAE는 원유 생산 및 매장량에서 세계 6~8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가스머니와 오일머니를 투입해서 나라를 바꾸고 있는 것이고,  여러 가지 형태의 "소프트파워" 및 "허브" 경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두 국가가 중점적으로 여기는 분야 및 지향성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하기와 같습니다. 


. UAE  :  중동의 경제중심지를 지향하며, 물류, 무역, 교통, 금융, 해외기업 유치등에 중점 

. 카타르:  미디어 (알자지라 방송), 문화예술 (카타르박물관등), 스포츠 및 외교분야     

  카타르 외교분야를 첨언하자면 카타르는 자국 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등 무장정파의  사무소개설 허가 및 미국과의 협상의 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3) GCC회원국내 카타르의 도발,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지?  


UAE와 카타르 간의 라이벌 및 경쟁관계는  2017년 6월 5일을 기점으로 적대관계로 까지 악화합니다. 

사우디, UAE, 바레인 및 이집트 4개국이 카타르에 단교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단교의 중요한 원인은 카타르의 외교정책과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인근 GCC국가들의 불만과 원성을 사게 된 중요 원인은 하기와 같습니다. 


(1) 카타르의 대 이란, 대 터키 우호적 외교  


.  이란과의 우호적 외교   

기설명드린 대로,  GCC 기구의 설립목적은 이란에 대한 회원국의 공동 대응입니다.  그러나 카타르는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인근국들의 큰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되는 것은, 카타르는 천연가스로 먹고사는 국가인데,  그중 가장 큰 South Par 해상유전을 하기와 같이 이란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협력이 카타르의 생존과도 관계가 있기에 우호적 관계가 필요합니다.  (하기 지도가 세계최대 천연가스 유전인 사우스파입니다.)       

걸프 해에 있는 South Par 해상 가스 유전


  . 터키와의 우호적 외교 

터키도 중동 내 이슬람 국가지만, GCC국가와는 좋은 관계는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1차 대전 당시 사우디를 중심으로 영국과 연합하여 오스만튀르크를 공격하기도 했었고 

최근에는 리비아 내전을 둘러싸고, 카타르/터키는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이 강한 리비아 통합정부 (GNA)를  사우디/UAE 등은 동부의 세속주의 군벌 리미아 국민군 (LNA)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카타르와 터키관계가 우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2017년 GCC국가들의 카타르 단교사태 시,  터키는 카타르에 군대를 파병해 줬고, 2018년 터키 환사태시, 카타르는 통 크게  150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리비아 내전의 대치 현황


(2) 알자지라 방송 운영을 통한 자국의 왕실 및 지도층 비판


알자지라 방송국에 대해서는 다음에 별도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여기서는 대략적 설명만 드리겠습니다.  

원래 알자지라 방송은 1994년 BBC와 사우디정부가 합작투자로 사우디에 만든 방송국입니다.  그러나 사우디가 방송 내용에 대해 지속적인 검열을 하든 등 간섭을 하자, BBC는 2년 만에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1996년에 카타르가 이 방송국을 인수하여 카타르에 두게 됩니다. 당시 카타르의 인수조건은,  알자지라 지자들이 쓰고 싶은 기사는 어떤 내용이든 원하는 대로 쓰되, 카타르 왕실은 건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중동 내 처음으로 아랍어로 위성방송을 하면서,  중동 시청자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고,  911 사태 이후 빈라덴 단독인터뷰, 2011년 발발한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 당시 부패하고 독재적인 지도층의 부패 심층보도, 

주요 왕정국가의 왕실의 패륜 및 부패  등을 방송하면서 "중동의 CNN" 및 "중동의 BBC"라는 별명이 붙었고,  카타르의 국가 브랜드위상도 올라갔으나, 주변 GCC 왕실국가에게는 눈에 가시와도 같은 존재가 됩니다. 


(3) 무슬림형제단 (Muslim Brothers)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 포용 및 지원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정치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포용도 인근국가의  좋지 않은 관계에 불을 지릅니다.  부패하고, 독재성향인 왕족 및 지도층에 대한 저항을 강조하는 무슬림 형제단을 GCC 인근 왕정국가에서 좋아 할리 없습니다.   그들은 왕정국가 또는 독재국가의 국민들을  선동하기 때문에, 사우디, UAE, 바렌인, 이집트 같은 국가에서는 "테러단체"로 규정합니다. 

무슬림형제단 정당기

 카타르는 향후 무슬림형제단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믿고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4년 사상적 지도자로 여겨지는 "유수프 알카라다위"의  카타르 망명을 허가하면서,  주변국의 불만은 극에 달합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기반 위에,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자말 까슈꾸지" 살해사건에 빈살만 왕세자가 개입되었다고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카타르의 OPEC 탈퇴는 사우디의 눈밖에 나는 행보였고, 연이어 "카타르 국왕이 이란을 옹호했다"는 가짜뉴스가 회자되면서 결국 카타르 단교 사태까지 오게 됩니다.  

 (가짜뉴스의 제작 및 유포를  UAE가 주도해 사우디를 자극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본 단교사태는 3년 5개월 만인 2021년에 해결이 되었습니다. 

당초 외교관계 복원으로 제시한 1) 이란과의 절연 2) 극단주의 세력 지원중단 3) 알자지라 방송폐쇄를 포함 13개 요구사항은  완전히 지켜지지 않았으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2021년 1월 GCC 정상회의에서 단교사태 해결을 위한  협정에 관련국들이 서명하면서 일단락이 된 것입니다. 


오늘은 카타르 단교사태를 예를 들어 보면서, 중동 내 UAE와 카타르 간의 경쟁 및 라이벌 관계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글이 좀 길어진 졌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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