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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Oct 07. 2022

포르투갈 - 도우루 강을 가진 포르투

타도시 기행 08


 이번 여행의 시작은 포르투였다. 예전 여행에선 아는 도시라곤 리스본 밖에 없어서 다른 곳은 가보질 못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여행지로 인기가 많아진 요즘, 리스본 보다도 포르투를 극찬하는 여행 후기들이 많이 보였다. 여행 혹은 한 달 살기 같은 것으로 이만한 데가 없다나?


 그래서 가봤다. 20여 시간 걸려 리스본 공항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버스를 타고 포르투로 향했다. 이동하느라 고생하는 김에 아예 포르투까지 가버리면, 전체 일정이 조금 더 편해질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였다. 결론적으로 이 계획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왜냐면 첫날 이동하느라 진을 다 뺐더니 자연스레 곯아떨어져서 시차가 맞춰지는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첫날은 숙소 인근을 거닐다 적당한 식당에서 샹그릴라에 가벼운 안주를 먹었고, 다음 날에는 우리끼리 산책을 하고 미리 신청해둔 일일투어에 참여했다. 그렇게 이틀을 다녀보니 포르투를 모두 둘러봤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작다. 숙소 위치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겠으나, 대중교통 패스가 사실상 필요하지 않을 만큼 크지 않은 도시이다. 우리가 묵었던 시청 인근에서 포르투 대성당을 지나 히베이라 광장까지, 그리고 강 건너 전망대까지 모두 도보로 20분 컷이다. 그것도 아기자기한 골목길이나 곳곳의 공원들을 살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후에도 우리는 가는 길을 조금씩 틀면서 구석구석 탐방했다.


 포르투는 모든 곳이 다 좋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단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도우루 강변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포르투의 중심가와 가까운 히베이라 광장은 건너편 와이너리와 동 루이스 다리가 보이고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배우자와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여긴 너무 이뻐서 낮이고 밤이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다 이쁘게 나오네." 할 정도로 경치가 좋다. 그리고 강만 건너면 바로 나오는 수도원이나 언덕에서 보는 야경도 최고다. 와인 한 병들고 강 건너에서 일몰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포르투갈 여행 중 항상 와인 오프너와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닌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꼭 챙기시길.



 그리고 와인의 산지답게 훌륭한 와인을 매우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해산물을 주로 먹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을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포르투갈에서 처음 맛 본 그린 와인은 그 맛이나 풍미가 매우 좋다. 그린 와인은 우리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도수가 낮아서(대략 9%) 배우자와는 앉은자리에서 바로 한 병씩 비워냈고, 매일 한 병 이상의 와인을 마셔서 "이번 여행에서 와인은 정말 원 없이 마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포르투에서는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도수가 높고 달달한 그들만의 와인을 수출했는데, 바로 포르투 와인(영어로는 Port wine)이다. 히베이라 광장에 가면 강 건너에 이름난 와이너리가 주욱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한 곳을 지정해 투어를 하고 시음을 해볼 수 있는데(모두 유료이고 한국어 가이드 기기도 지원하는 곳도 있음), 우리는 투어 후 파두 공연을 보며 시음을 할 수 있는 CALEM에 미리 예약을 하고 참여해보기도 했다. 포트 와인이란 게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한 병은 포르투갈에 머무는 동안 우리가 해치웠고, 면세 한도 내에서 선물용 와인도 여러 병 구매해왔다. 소주와 비슷한 도수(약 20%)에 달달함이 매력적이니 테이스팅 후 입맛에 맞는 것으로 구매해볼 것을 권한다.



 포르투는 이 외에도 명소들이 많다. 역사적인 장소는 물론이고 해리포터의 작가가 이곳에 살면서 영감을 받았다는 스폿들도 꽤 많다. 거기다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들도 널렸다. 다행인 건 도시가 크지는 않아서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하고, 별생각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쑤시다 보면 사진에서 보던 것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리고 나중에 리스본에 가보니 포르투 물가가 더 낮고, 좀 더 포르투갈스러운 동네였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포르투에서 총 5박을 했고, 근교 도시 여행은 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숙소에서 빨래하며 쉬기도 했고, 저녁이 되면 강변에 나와 야경을 바라보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도시 규모에 비해 5박이 길다고 느낄 수 있으나, 지나고 나니 오히려 아쉬울 만큼 포르투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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