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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라임 Dec 07. 2022

안동은 한우지

우리 도시 기행 08

 작년에 이어 다시 안동을 찾았다. 1년 만에 다시 온 이유 중 하나는 병산서원. 굽이도는 낙동강과 병산을 끼고 있는 그 풍광이 으뜸이다. 우리나라에 과연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한우고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한우는 정말 맛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사악한 가격 때문에 자주 먹기는 어렵다는 현실 또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안동에서는 수도권 기준 합리적인 가격에 한우를 양껏 먹을 수 있다. 안동에서 가장 맛있는 소갈비를 먹을 수 있는 거창갈비, 그리고 가성비 측면에서 으뜸인 대구식육식당의 소불고기를 소개한다.


거창숯불갈비


 안동 시내에는 갈비골목이 있고, 거기에는 한우 소갈비를 파는 식당이 여럿 있다. 지난 여행에서 숙소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리니 거창갈비라는 곳을 알려주셨다. 추천한 이유는 "다 그 집 고기 가져다 쓴대요. 그럼 자기 집 고기가 제일 맛있지 않겠어요?"였다.


 숙소 사장님의 추천은 틀리지 않았다. 지방이 적절히 낀 갈빗살은 입에서 사르륵 녹았다. 그리고 생, 양념할 것 없이 너무 맛있었다. 우리는 둘이서 지난번엔 6인분, 이번엔 4인분을 먹었다. 아무래도 다시 찾기 어려워서 막판에 조금씩 무리를 했는데, 냉정하게 가늠해보면 2인 기준 3인분 정도면 한우갈비 맛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집이 뭐 구경 못했던 맛을 내는 건 아니다. 아마 고급 한우갈비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만한 그런 맛이다. 그런데 1인분 200g에 32,000원이라는 가격이 매우 좋다. 수도권 기준 최상급 수입산 갈비 가격이다. (우리 동네엔 수입산인데 2배 가격을 받는 곳도 있다. 물론 개꿀맛이긴 하다.) 우리도 평소엔 한우고기 찾아다닐 만큼 여유를 부리진 못한다. 하지만 안동에서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만큼 합리적인 맛과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이 집뿐 아니라 안동의 소갈비 집은 서비스로 갈비찜을 내어준다. 첫 주문한 갈비의 뼈를 빼놓았다가 고기를 다 구워 먹으면 나온다. 가령 처음 주문한 2인분은 갈비대가 없이 나오고, 그 이후에는 갈비대가 붙은 채로 나온다. 첫 주문한 갈비만 가지고 찜을 만드니, 갈비대가 넉넉한 찜을 원한다면 첫 주문을 넉넉히 하심 되겠다. 이때 된장찌개와 공깃밥을 주문하는 손님들도 많다. '고기 따로 밥 따로' 스타일이면 참고하시길.


 참고로 거창갈비를 검색하면 '도청점'도 나오는데, 정식 지점은 아니라고 한다. 도보 여행 중 배우자가 잠시 내려왔을 때 도청점에 방문했고, 맛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본점에 여쭤보니 "우리 고기 가져다가 쓰는 건 맞는데, 지점 같은 건 몰라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배우자는 먹는 내내 1년 전 맛본 본점보다 별로라고 했고, 나는 똑같이 맛있기만 하다고 했지만... 본점에 가보니 생갈비에서 고소한 참기름 향이 나는 것도 그렇고, 갈비찜도 간장/고추장 베이스로 차이가 컸다.



대구식육식당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역대급 가성비 식당이다. 안동 시내와는 25km 정도 떨어진 풍산읍에 있고, 주로 소불고기와 돼지 주물럭을 내어주는 곳이다.


 우리가 주문한 소불고기는 600g에 36,000원이었고, 된장찌개와 공깃밥은 별도였다. 둘이서 600g을 먹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어차피 야채와 소스가 함께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근데 야채는 많지 않고 고기가 뜸뿍 나왔다. 소스 역할을 하는 육수는 주전자에 담겨 테이블에 놓여있어서, 고기를 넣어도 넣어도 줄지 않은 만큼 양이 충분했다. 달달한 국물에 익힌 소고기는 술술 넘어갔고, 상추쌈을 싸서 한 입 가득 머금는 맛도 좋았다.


 우리는 오픈 시간인 11시에 맞춰 들어갔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소불고기도 많이 먹지만, 더 저렴한 돼지 주물럭도 많은 분들이 먹고 있었다. 돼지 주물럭은 600g에 21,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성비였다. 반찬과 상추, 쌈장 등은 셀프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600g 메뉴 하나면 최대 성인 4명까지 식사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



 평소 고기가 당길 땐 동네에 있는 냉삼 집이 1순위이고, 가끔은 저렴한 미국산 소갈빗살을 파는 식당에 찾는 정도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하지만 이번에 안동에서는 한우 갈비며 소불고기를 여러 번 먹었다. 마지막으로 소불고기를 먹고 나올 땐, "당분간 소고기는 안 먹어도 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다음에 또 안동에 간다면 소고기 때문일 것이다. 병산서원 따위 한낮에 한 번, 해 질 녘 두 번째 봤으니 됐다만, 소고기는 참기 어려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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