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사무실이다. 지금 사무실은 특이하게도 청사 옥상에 있다. 과거에 식당이었던 곳을 사무실로 바꾸고 들어오게 된 것이다. 사무실에서 나가면 바로 청사 옥상정원으로 이어진다. 요즘 날씨도 선선해서 일하다가 잠깐 머리 식히러 나가기도 좋다.
옥상정원을 거닐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담배 냄새 때문이다. 한때 나도 흡연을 했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흡연자들에게 관대한 편이다. 그렇지만 옥상정원에서 숨어서도 아니고 대놓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공무원들이 옥상에 올라오는 이유가 뭐겠는가. 업무에 지쳐 신선한 바람을 좀 쐬어보겠다고 하는 건데, 힘들게 시간 내서 왔더니 담배 연기가 코에 들어가는 순간 얼마나 기분이 상할까.
옥상 곳곳에 금연 표지판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애초에 청사관리소에서 단속은 하고 있는 걸까. 오히려 담배꽁초를 버리기 좋게 휴지통이 배치되어 있고, 그 주변으로 흡연자들이 모여든다. 다행(?)인 점은 보통 그런 흡연 장소는 옥상정원 산책길과 멀리 떨어져 있다. 마치 여기선 흡연을 해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덜 주니깐 괜찮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 차라리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흡연 박스라도 만들어 주지 그랬나.
가끔은 사무실 문 밖을 나서자마자 담배 냄새가 날 때도 있다. 문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때문이다. 보통 흡연자들은 나름 비흡연자들을 위해서 정원 구석에 가서 피는데, 유독 이 한 분은 꼭 우리 사무실 문 앞에서 피우셨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분인데, 혐연권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나 보다.
참다못해 내가 한 마디 했다. 옥상은 흡연 구역이 아니다, 정 담배 피우고 싶으시면 여기서 말고 좀 구석에 가서 피시라라고. 난 이 사무실에서 근무한 지 몇 달도 채 안 됐는데, 수년은 넘게 거기서 담배를 피우셨을 걸로 보이는 그 흡연자를 쫓아내는 격이다. 하지만 그분도 잘못하는 걸 아는지 미안하다며 자리를 피했다.
한 번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비를 맞고 싶지 않아서 그랬는지, 비를 피할 수 있는 우리 사무실 문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시 내가 한 마디 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 않냐고, 여기서 담배 피우시면 어떡하냐고. 그 후로도 내가 옥상에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 그분이랑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내 눈치를 보는 건지, 내가 근처에 있는 동안에는 담배를 꺼내지도 않고 커피만 홀짝홀짝 마시더라. 요즘은 통 안 보이는데, 장소를 옮긴 건가 싶다.
내 아내는 내가 너무 강강약약인 것 아니냐고 그런다. 일반 민원인들에겐 그렇게 잘해주려고 하면서, 공무원들에겐 엄격하게 대한다고. 그런데 그게 맞다. 그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지만, 일단 공무원 신분이 된 이상은 본인 스스로가 높은 도덕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차도 안 다니는데 파란 신호등을 기다려야 할 정도의 엄격함을 바라진 않는다.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건 말 안 해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매일 옥상정원을 다니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보이면 눈을 흘겨본다. 스스로 좀 찔려보라고.